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 소설처럼 살아야만 멋진 인생인가요
서영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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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하우스가 있다.

그곳의 주인이자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티아 할머니가 있고 

모든 일거리나 고민거리들을 순식간에, 단순하게 빛의 속도로 쓸어버리는 빛자루 아줌마가 있다.

꽃집 여자 정원, 어린 엄마 차경 등 티아하우스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식구들이 있고 

신부들이 웨딩드레스를 맞추고 들러리와 함께 하는 파티를 연다.

미혼에서 기혼으로 건너가는 행성 같은 곳, 미혼과 결혼의 가운데에 놓여있는 섬과 같은 곳, 멋진 여자를 만나기에 정말 좋은 곳.

티아하우스에서는 모든 여자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모든 여자가 생활인이자 예술가라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밤 티아하우스에서는 다채로운 삶의 궤적을 가진 여자들이 2층 티룸에 모여 앉는다. 

그걸 '브릿지 타임'이라 부른다.

'시간'을 주제로, '마흔'을 부제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매듭'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여자들을 위한 생일 식탁을 차리기도 한다.

티아하우스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세상의 소리가 차단된 곳 '위로의 방'에서 버겁고 무거운 것을 내려놓을 수 있고 

충만함과 비움이 공존하는 '결혼으로 가는 방'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관찰하기 어려운 나 자신을 마주 대하기도 하며 

때로는 철저하게 혼자 있는 공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생에 대한 질문이 마음을 흔들어도, 결국은 깨어 있는 나를 만들 거예요. 더 단단하고 반짝이는 나를 만들겠지요. 원래 아름다운 건 과정이 치열한 거야." p.52


많은 사람들이 성숙하고 독립적인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이 없다. 버겁기만 하다. 서른이 되기 전 커다란 내면의 변화와 성장이 찾아와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일상은 고민으로 가득 차있고 상황에 나를 맞추고 있을 뿐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선물이 필요하기도 하고 타인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그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게 길잡이가 되어준 책. 서영아 작가의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저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요? 서른이 넘으면 될 줄 알았어요. 마흔이 넘으면 될까요? 두려움도 없고, 그리움도 없고, 그저 평안할까요?" p.233


 "저는 늘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요. 아직 내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도 모르겠고,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건너야 할 감정은 너무나 많지요. 과연 건널 수 있을지, 마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에요." p.234


아직 나에게 40대는 멀었다고, 이 책을, 티아하우스를 너무 이르게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현재 나의 고민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대화 속에서 어느새 나도 티아하우스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티아하우스의 여자들처럼 생활인이자,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티아하우스의 이야기는 어른이지만 매일 성장하며 살고 싶은 우리들의 일기가 아닐까?


 "마흔이 되면 시간이 화살 같지. 나를 잃어버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지 않았을까? 그런 시간들은 지나고 나면 추억이 안 돼. 도대체 기억이 안 나거든." p.37


나는 일찍이 티아하우스를 만났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 이변에는  당분간은 티아하우스는 나만 알고 싶다는 욕심이 양면하고 있다. 과연 이게 맞는 건가, 내가 잘 가고 있는 것인가 끊임없이 의심이 들 때, 자존감 높은 나의 40대를 위하여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 같다. 인생 2라운드를 앞둔 당신이 늘 다음 페이지가 설레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티아하우스를 방문하여 브릿지 타임에 참석해보고 티아하우스 사람이 되고 예방주사를 맞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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