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로 건너가는 법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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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치즈, 여행, 마감 등 일상에 관해 세심하게 기록한 김민철 작가의 에세이 출간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당연한 반가움과 소재의 솔깃함과 출간 속도에 대해 놀라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상과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글쓰기에 관한 감탄의 끝은 항상 국내 최고의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민철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곤 했었다. 언젠가는 일에 관한 에세이도 출간해주겠지, 그런데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바람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신간 소식이 들려왔다. 마침 개인적으로 시기도 딱 들어맞았다.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직장인의 3대 즐거움은 월급, 점심시간, 그리고 정시퇴근이다. 앞의 둘은 회사가 챙겨주지만, 정시퇴근을 챙겨주는 회사란 없다. 정시퇴근은 내가, 아니 우리가, 모두 한마음이 되어서 쟁취해내야 하는 것이다. 여섯 시 이후에 술을 마시건 친구랑 놀건 운동을 하건 제빵을 배우건 멍하게 보내건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오늘은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말할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 물론 그 열쇠는 팀장이 쥐고 있지만, 팀장 혼자 그 분위기를 완성할 수는 없다. 각자가 여섯 시에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홀연히 떠나야 한다. 팀 분위기까지 내가 만드는 게 역부족이라면, 내 태도라도 모두에게 주지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저는 제 일 다 하고, 여섯 시엔 떠나겠습니다, 라는 태도를 산뜻하게, 단호하게 보여주는 것. 이것은 내가 내 삶을 주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니까. p.50-51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회사에 다닐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19년째 회사에 다니며 한 팀을 이끄는 7년 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있다는 김민철 작가가 『내 일로 건너가는 법』에서 들려주는 정시 퇴근, 회의의 원칙, 딴짓 예찬 등의 이야기가 쳇바퀴처럼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거나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김민철 팀장이 이끄는 팀의 회의실 풍경, 일을 대하는 태도는 이상적인 직장 풍경의 정석으로 보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회사에서는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는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회사 밖에서는 윤기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개인으로 '내 일'을 건너고 '내일'을 건너는 과정에서 김민철 작가는 독자 몫의 지속할 수 있는 방법과 성장의 주도권을 넘겨준다. 이제 내 차례다.


이건 비밀인데, 회사 문만 나가도 재미있는 것들은 발에 차인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건 여고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원들도 회사 문 밖으로 나가면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에도 웃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p.200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 속에서 선배 김하나 작가가 후배 김민철 작가의 고민 상담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를 보며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았었는데 『내 일로 건너가는 법』에서 7년 차 팀장 김민철 작가를 만나게 되어 넘치게 기분 좋고 뭉클해진다. 김하나 작가를 통해 철군 김민철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이번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통해 표지와 일러스트를 담당한 홍세진 대리님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홍세진 대리님을 홍세진 작가님으로 만나게 되는 날도 조만간 올 것 같다. 김민철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떤 소재일까? 김민철 작가님의 윤기 나는 사생활 속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에세이로 오래, 자주 만나길, 그 틈에서 일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도 주기적으로 들려주길 바라게 된다.


 이미 인생은 일로 가득 차 있고, 인생의 빈 부분을 의미로 채우는 건 스스로 할 일이다. 딴짓에서 얻는 즐거움으로 얼굴이 반짝반짝한 팀원이 늘어날수록 좋은 팀장이 되는 것처럼, 딴짓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이라 믿는다. 딴짓을 하다 보면 거기서 또 새로운 미래가 피어날지도 모를 일이고. 모를 일이니까, 일단 시작해볼까, 딴짓.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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