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포에지 43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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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김민정 시인의 트위터를 보고 호기롭게 펼쳐봤던 나희덕 시인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가 문학동네 포에지 시리즈로 새 옷을 입고 출간됐다. 이번에도 역시나 김민정 시인의 영향을 넘치게 받으며 다시 읽어보게 됐다. 하나의 트윗은 나희덕 시인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 뿐만 아니라 김소진 작가의 작품들까지 독서 위시리스트를 채워줬지만 독서 리스트로 완벽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곳이 멀지 않다』의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오랫동안 깜빡하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반가움이 반, 나에게 있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김소진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아쉬움이 반 밀려왔다.


나는 어제보다 얇아졌다.

바람이 와서 자꾸만 살을 저며 간다.

누구를 벨 수도 없는 칼날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p.18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시집을 처음 읽었던 5년 전도 딱 이맘때였던 것 같다. 봄이 완연했고 다양한 색채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그에 어울리는 플레이 리스트를 채웠었다. 봄의 감성을 충만히 누리는 와중에 시집을 챙겨 읽는 내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때 들었던 플레이 리스트와 요즘 챙겨듣는 플레이 리스트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그때 독서 노트에 옮겨 적었던 구절과 지금 읽으며 인덱스를 붙인 구절도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다. 무엇보다 이번에도 역시나 이 와중에 시집을 챙겨 읽는 내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이 모든 게 다 김민정 시인 덕분이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p.55 「속리산에서」 


나희덕 시인은 개정판 시인의 말에서 인생의 시기마다 그때에만 쓸 수 있는 시가 있어 서투른 대목이 눈에 띄어도 덧칠을 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문득 지금 이 시기에 쓰고 있는 시인의 시들이 궁금해진다. 창작자에게 인생의 시기마다 그때에만 쓸 수 있는 작품이 있듯이 독자들에게도 어느 시절에 꼭 챙겨 읽어야 하는 그런 작품들이 있다. 이 시기에 내가 놓치고 있는 작품들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에야말로 김소진 작가의 작품들을 챙겨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단단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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