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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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난 해상을 비춰주는 뉴스속보를 그저 멍하게 지켜봐야 했고 꽤 오래 힘들어했다. 4년 후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했고 여전히 뉴스속보를 그저 멍하게 지켜보는 것 밖에 도리가 없었다. 트라우마는 생존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잠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 두 사건 모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으며 절대 반복돼서는 안될 비극인데 어쩌다 비교와 대립 대상이 되어 가슴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아프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이유로 두 사건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김승섭 교수의 신간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의 독서는 시작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고 그만큼 마음의 빚은 쌓여가고 있었다.


 재난 상황 속에서 항상 다양한 피해자가 생겨나고, 그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가와 한국 사회의 대응은 이러한 갈등을 조율하기보다 피해자들을 분열시키며 적극적으로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냅니다. p.148



 

천안함, 세월호 생존자들이 겪었던 시간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직시해야 할 문제점을 짚어보고 피우진 전 보훈처장과 고()변희수 하사의 사례와 쌍용차 해고 노동자, 소방 공무원의 트라우마로 이야기가 확장되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주지만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읽어가는 내 마음은 여러모로 복잡하다.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고 각을 세우며 대립하는 이 야만의 시대는 우리에게 트라우마와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여력이 없음에도 미래의 피해자들이 이기기 위해 함께 싸울 힘을 보태야 함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그 자체로 큰 힘을 보태주기도 한다.


 저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 대립이 정치적 선동으로 인한 공허한 충돌이 아니라,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현실에 뿌리박은 갈등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갈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 진통을 겪지 않고 생겨나는 대안은 현실에서 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p.261


미래의 피해자들은 당연하게 이길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독자들이 읽는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이 폭력과 야만의 시대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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