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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ㅣ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작년 흡인력 소설 1위는 박소영 작가의 『스노볼』이었다. 재미와 감동에 작품성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엄청난 소설이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의 촘촘한 짜임새에 반해 박소영 작가가 잠자고 밥 먹는 시간 외엔 소설 집필만 하며 이야기를 확장시켰으면 좋겠다, 영화화된다면 감독은 무조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스노볼』 2권 출간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화 확정과 미국 등 3개국 번역 수출 소식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며 독자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부응해준다. 『스노볼』 2권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확신했다. 올해의 흡인력 소설 1위는 『스노볼』 2권이 될 거라고.
"우리 만나요. 다 모여요. 다 같이 목소리를 내서 망가진 삶을 되찾아요. 차귀방과 차설은 우리의 삶을 보상할 의무가 있잖아요." (1권) p.423
거대한 유리 천장의 돔 스노볼 아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와 감기 바이러스가 살지 못하는 겨울 평균 기온 영하 41도의 끔찍한 추위 속에서 하루 열 시간씩 일하며 전기를 생산하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바깥세상의 디스토피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운데 스노볼 바깥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며 디렉터를 꿈꾸는 소녀 전초밤이 모두가 선망하고 좋아하는 스노볼의 액터 고해리의 자살로 고해리의 삶을 대신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스노볼에 입성하게 된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고해리의 삶을 대신 살아가면서 알게 된 이본 미디어그룹의 비리를 파헤쳐 나가며 기획상품처럼 소비되는 액터와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1편에 이어 2편은 스노볼의 여름을 배경으로 고매령을 죽인 누명을 쓴 전초밤이 이본 일가의 비밀을 파헤치며 긴장과 속도감을 놓치지 못하게 만든다.
"아줌마, 내 이름 뜻도 당연히 기억 안 나지?"
"초밥에서 오타 난 거 아니었어?"
내가 눈을 부릅뜨자 차향이 장난이라고 웃는다. 그 얼굴에 언뜻 미류 언니의 미소가 겹쳐 이번 한 번은 봐주기로 한다.
"다시 알려줘, 궁금해."
"초여름 밤이라는 뜻인데, 그 안에는 우리 엄마랑 아빠가 행복해하던 순간이 담겨 있어. 내가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면서 스노볼을 꿈꾸던 순간도 있고, 가족들이랑 같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던 순간, 그리고 날 닮은 애들하고 어마어마한 모험을 하던 순간까지도 그 안에 다 들어 있어."
내가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치켜든다.
"전초밤이라는 세 글자에 그런 엄청난 것들이 이미 다 담겨 있다는 얘기야."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짓는 차향을 위해 한 번 더 풀어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가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 않아도, 난 내 이름이 좋아. 이미 특별하니까." (2권) p.444
1년 만에 다시 1권을 읽게 되면서 처음 읽었을 때 무심코 넘어갔던 장면과 대사들이 다시 보니 예사로 읽히지 않아 재미를 더해주고 몰아치는 긴장과 반전에 2권의 책장은 단숨에 넘어간다. 박소영 작가는 흥미로운 세계관에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작은 캐릭터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디테일을 살린다. 영하 41도, 스노볼, 액터들의 삶 등 소설이라서 가능한 비현실적인 배경으로 스노볼 안과 바깥의 계급사회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지만 그 광경을 통해 현실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만든다. 표지 이미지와 K-영어덜트, 페이지터너 등의 수식어가 독자층을 한정시키는 것 같아 괜히 내가 다 아쉬울 정도다.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스노볼』은 더 널리 읽혀야 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