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 시대를 앞선 발상으로 아르누보 예술을 이끈 선구자의 생애와 작품
로잘린드 오르미스턴 지음, 김경애 옮김 / 씨네21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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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시대를 앞선 발상으로 아르누보 예술을 이끈 선구자의 생애와 작품


체코 출신 화가 알폰스 무하(1860~1939)의 이름은 '무하 스타일'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올봄 정우철 작가의 『내가 사랑한 화가들』을 통해 알폰스 무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세상 모두가 다 알고 너무나 유명한 화가인데 나만 모르고 살았던 덕분에 뒤늦게 그의 삶과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모르고 놓쳐버린 그의 전시회를 안타까워하며 요란한 뒷북을 치고 있는 중이다. 알폰스 무하를 알게 된 지 6개월도 안됐는데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큼 나에게 알폰스 무하는 중요한 작가가 되어버렸는데 이런 뒤늦은 관심에 응답이라도 받은 듯 알폰스 무하의 생애와 작품들을 제대로 다뤄주는 아트북이 출간됐다. 판형부터 압도적이다.




예술이라는 주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가들이 확립한 신화적 상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무하는 예술에 대한 전통적 의인화를 현대화했다.

영화적 서사라 해도 믿을 정도로 순탄하지 않았던 삶과 그럼에도 그의 화풍만큼 화려한 성공을 이끌어낸 그의 생애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어가는 것처럼 흡인력 있게 읽힌다. 지금의 알폰스 무하를 있게 해준 <지스몽다> 포스터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와 포스터가 도난당하는 일이 속출했다는 후일담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임에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마치 지난 6개월 동안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며 조금씩 찾아봤던 알폰스 무하가 어린이 문고판 버전이라면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를 통해 제대로 된 세계문학 전집을 읽어낸 것 같다. 알폰스 무하의 삶과 작품들, 그의 화풍과 그가 살았던 시대와 역사가 압도적인 판형의 책 안에 압도적으로 펼쳐져 있다. 




무하는 운명을 믿었다. 그는 세 차례의 중대한 운명과도 같은 기회를 통해 서른다섯의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어떤 예술가는 인정받기 위해 일생을 기다리지만 결국 사후에 명예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무하는 살아 있는 동안 명성을 얻었고 그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무하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른다면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가 살아간 삶의 여정에도 때로는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성공을 얻었고, 영예가 찾아왔을 때 최대한 누릴 수 있었다. 무하는 이목을 끌려고 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오랫동안 충실히 작품 활동에 임했고, 그 모든 결과물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무하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파리에서 명성을 얻었고, 뉴욕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으며,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p.87


무하는 예술이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도와야 한다고 믿었고, 주기도문을 삽화로 표현한다면 자신의 믿음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는 체코 출신의 화가가 유럽 일대와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며 작품 활동을 하고 무일푼의 학생이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화가가 되고 체코의 국민 화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보고 그의 무수한 작품들과 화풍, 작업 방식을 깊이 있게 다루는 유일무이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판형에 집에서만 봐야 할 책이라 생각하고 외출 때 챙겨 나가는 건 상상도 안 했는데 외출하는 몇 시간의 공백을 못 견딜 것 같아서, 예쁘게 물든 단풍 색깔과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이 너무 잘 어울려서 이 무거운 책을 기꺼이 들고 외출을 두 번이나 하기도 했다. 올 초만 해도 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알폰스 무하는 내가 제일 잘 아는 화가가 되어 있다. 




<슬라브 서사시> 연작은 수천 년에 걸친 슬라브족의 역사를 다루고, 각각의 그림은 신화적 과거뿐만 아니라 희망찬 미래를 아우르며 기념비적 사선을 기록했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를 읽고 가장 큰 후유증은 그의 작품을 실컷, 자세히 보았음에도 전시회에 대한 갈망이 무척이나 크다는 것이다. 전시회가 가고 싶고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유럽 여행이 가고 싶다. 알폰스 무하를 알고 나니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이, 그의 이름이 눈에 잘 들어온다. 지난 6개월 동안 알폰스 무하에 관한 책이 몇 권이나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알폰스 무하의, 알폰스 무하에 의한, 알폰스 무하를 위한 책을 소개한다면 자신 있게 권할 단 한 권의 책,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이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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