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
조동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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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사람들의 생각만큼 직업인으로서의 작사가, 작곡가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일하는 사람들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듯이 작사가 역시 일어나 많은 시간을 쓴다. 직업인으로서의 작사가는 조금 더 낮고 작은 것을 찾아볼 줄 알고, 보살필 줄 알고, 견딜 줄 알아야 한다. 그 후 피어난 어여쁜 꽃을 어디에서, 어떻게 포장해 팔 것인가를 생각해야만 한다. p.13

 

조동희 작사가는 첫 책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에필로그에서 유난히 많이 웃고, 유난히 많이 운 대가로 써놓은 글이 그 시절마다의 자신의 실수고, 그림이고, 사랑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나예요.'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그로부터 6년 후 두 번째 책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를 발표했다. 첫 책 에필로그의 연장선상이자 두 번째 책의 부제인 '작사가 조동희의 노래가 된 순간들'을 모아놓은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에는 조동희 작사가의 가사들과 일상, 시선이 닿는 풍경들이 아름답고 잔잔하게 녹아있다. 진한 울림을 전해주는 가사를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조동희 작사가의 가사들 만큼 에세이 속 문장들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보이지도 않는 감성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아득히 어려운 일이라, 작가는 수많은 불면의 밤을 외롭게 지새우며 창작을 한다. 가사에 한 줄 한 줄 헛된 단어가 없고, 나, 너, 우리와 동의어 반복으로 글자 수를 낭비하지 않을 때 좋은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좋은 그림은 음악이 들리고, 좋은 음악은 그림이 보인다. p.171



 

첫 책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도 그러했는데 이번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를 읽는다는 것은, 그러니까 조동희를 읽는다는 것은, 오로지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일이었다. 작가의 문장들을, 작사가의 가사들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음악을 찾아 들으며 가사를 음미하는 데에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 특별한 독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작가는 보이지도 않는 감성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아득히 어려운 일이라 고백하지만 나에게 조동희를 읽는다는 것은 좋은 음악이 들리고 그림이 보이는 일이었다. 

 

그렇게 보면 영감이란 것이 별거인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이별 노래는 작곡가가 변기에 앉아 있다 쓰게 된 것이라고도 한다. 한 매거진에서 소설가 필립 로스Philip Roth는 이렇게 말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이제 나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영감이라는 것은 어느 날, 어느 순간 벼락처럼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묵히고 묵히며 묵묵히 살아가는 중에 돌연 발끝에 치이게 되는 것임을. p.90-91

 

늘 글과 음악 사이에 있었다는 조동희 작사가에게 이제 작사가 만큼 작가라는 단어가 친숙한 표현이 됐다. 조금 더 낮고 작은 것을 찾아보는 시선, 보살피고 견디는 마음의 진심이 독자를 위로하고 일깨워주는 힘은 엄청났다. 작가로서 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해주었다. 

 

좋은 글은 쉽다.

조동희 작가가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준' 말이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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