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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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가장 선망했던 직업은 아나운서였다. '아나테이너'란 단어가 등장하기 전, 뉴스나 교양프로를 진행하던 아나운서들을 보며 여자 직업 중 최고의 직업은 아나운서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과거에 내가 아나운서들을 보며 선망했던 이미지와 요즘 아나운서들을 보며 가지는 이미지 사이에 거리감이 생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여 저마다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나운서들을 여전히 동경과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임현주 아나운서를 처음 알게 되었던 건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녀에 관한 뉴스 때문이었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뉴스, 여자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지상파 뉴스를 진행했던 바로 그 뉴스의 주인공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에 한 나라가 떠들썩해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지금까지 없던 방법으로 유리천장을 깨는 사람,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을 목격하는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선망에 선망이 더해져 임현주 아나운서를 바라보게 되었고 어떤 행보의 소식이 들려오든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 글을 쓰면서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깊이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어 애도 써봤지만 죄다 어디에서 들어보고 본 듯한 느낌에 결국 다 지워버리고 말았다. 이후에, 아름다운 수식어를 붙일 게 아니라 '어떤 생각을 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하고 꾸미는 것은 오히려 쉽다. 솔직해지기 위해선 우선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일단 날것 그대로 사포질 하지 않고 꺼내봐야 한다. 다듬는 건 그다음 차례다.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솔직한 이들에게 우리는 신선함과 충격을 느끼는 것이겠지. 나는 더 단순하고 거침없어지길 소망한다. p.170  

 

임현주 아나운서의 두 번째 책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가 출간됐다. 제목이 주는 울림도 엄청난데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나를 대견해하고 열정을 다루는 방법을 계속해서 터득해가는 시간들. 더 잘하고 싶어서 헤매고 해내는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는 작가의 말은 마음을 사정없이 건드린다.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마음가짐에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고 노력하는 일들에 관해 때로는 똑부러지게, 때로는 세심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마음을 다독여주는데 작가의 진심을 곳곳에서 마주하며 끝없는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된다. 내 마음 다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반갑고  속마음 정확하게 대변해줘서 속이 시원하고 든든한 내 편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괜히 찡하고 가슴 뭉클해진다.

 

 본래 내가 가진 장점과 톤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내 옆의 누군가의 모습을 따라가거나 닮고 싶은 마음이 들기 일쑤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선배들이 말해주었다. 오히려 너무 다듬어서 내 색깔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단점을 보완하려다가 '딱히 거슬리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열렬히 좋아할 만한 특징도 없는' 애매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힘을 뺐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받았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용을 쓰고 준비한 시험보다 그냥 우연히 본 시험에서 덜컥 합격하는 것처럼, 파이팅 넘치게 힘주고 방송한 날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차분하게 방송한 날에 더 좋은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 것처럼. 목소리에 한 톤 힘을 뺐을 때, 미리 계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온 애드리브를 던졌을 때, 큰 기대가 없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때, 보다 자연스러운 내 색깔이 나오곤 한다. 그게 내가 가진 고유의 장점일 수 있다. 그 감각을 기억해야 한다.

 다수에게 거슬리는 것 없이 잘 다듬어지도록 훈련하는 것이 비극으로 가는 길일 수 있다. 제작 현장에서도 너무 다듬어진 방송인은 오히려 매력이 떨어진다. 나는 왜 열심히 하는데 평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인가, 혹시 고민한다면 너무 열심히 해서 역효과가 난 걸 수도 있다. 매력이란 원래 호불호를 동반하기 마련이니까 누군가에게 불호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전방위적인 캐릭터가 되기보다 한 가지를 제대로 어필하는 것부터 공략해보자. 모두에게 인정받겠다는 마음을 지우고 더 자유로워지길 택하자. 대중성에 대한 고민은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도 늦지 않다.

 나도, 인생 조금 더 대충 살아야겠다. p.200-201

 

매일을 헤매고 치이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의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주는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를 읽고 나니 밑도 끝도 없이 든든함이 밀려오고 뭐든 잘 해낼 것 같은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다. 아나운서를 특별히 선망했던 덕분에 대학생 시절 학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아나운서의 책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시절 나에게 임현주 아나운서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리고 시청자로서 임현주 아나운서의 행보를 응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로서 임현주 작가도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녀의 많은 경험을 에세이로 꾸준히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마구 생겨난다. 임현주 아나운서도, 나도, 그러니까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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