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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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요즘의 나는 우리 사회가 모성애라는 단어를 단순화 시키고 폭력적으로 강요하는지에 관해 생각이 많았다. 예전에 슬프고 감동적으로 보고 읽었던 모성애를 다룬 영화나 소설들이 지금 다시 보고 읽으면 별로인 것들이 많은데 모성애를 다루고 이야기하는 방식은 여전히 단순하고 낡은 탓에 불만이 많았는데 마침 "엄마가 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 『푸시』가 출간됐고 반가움과 기대감, 호기심이 넘치게 밀려왔다. 자연스럽게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영화 <케빈에 대하여>가 떠올랐고 두 작품이 주었던 만족감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었는데 출간 즉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38개국 출간 계약, <그래비티> 제작사 영화화 확정 등 작품이 지닌 무수한 수식어들은 소설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더욱 비정상적으로 높게 만들어 주었다.


좀처럼 상상되지 않는 모성애와 서스펜스의 만남을 애슐리 오드레인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촘촘한 이야기의 구조와 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로 독서 내내 독자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한다. 에타, 세실리아, 블라이스, 바이올렛 4대에 걸쳐 대물림되는 모성애의 결핍과 엄마를 미워하는 딸의 이야기의 서사를 지금까지 없었던 이야기와 지금까지 없었던 방법으로 다루는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그야말로 엄청난 소설이다. 소재에 이끌려 읽어가기 시작했던 소설 『푸시』의 큰 수확은 이토록 놀라운 작품이 첫 번째 작품이라는 작가 애슐리 오드레인의 발견이다. 화자 블라이스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독자와 노련하게 밀당을 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며 몰입도를 폭발시키는데 영화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불어 커진다.


그동안 많은 창작자들이 단순하고 게으르게 다뤄왔던 모성애의 범주를 비트는 소재, 서스펜스라는 장르에 걸맞은 애슐리 오드레인의 날카로운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질문이 되어 돌아온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작가가 모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계기부터 내내 긴장감 넘치다가 맞이하게 되는 압도적인 소설의 결말까지 그야말로 완벽하다. 강력한 흡인력으로 결말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왔고 압도적인 결말을 맞이 했음에도 기꺼이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데 더 확대된 시야로 다른 인물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다시 읽어보고 싶고 다양한 유형의 독자들과-이를테면 출산 경험이 있는 독자, 남성 독자, 모녀 사이가 좋은 독자, 반대로 모녀 사이가 나쁜 독자 등등-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독서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소재에 대한 반가움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도치 않게 올해의 서스펜스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영화화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까지 생기는데 이토록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와 지금까지 없던 캐릭터들, 치밀한 심리묘사를 능수능란하게 해낸 애슐리 오드레인은 어떤 소재와 장르의 소설을 쓰더라도 중간 그 이상을 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 작가가 너무나 잘 해낸 모성의 어두운 소재, 서스펜스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 반, 다른 분위기, 다른 소재의 소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반이다. 과연 애슐리 오드레인의 차기작은 어떤 작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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