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걸 수필집 : 내 머릿속에 푸른 사슴 - 현대어로 쉽게 풀어 쓴 근대 여성 문학 모던걸
강경애 외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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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애정하는 독자들에게 마치 선물 같은 시리즈 출간 소식이 들려왔다바로 현대어로 쉽게 풀어  근대 여성 문학 <모던걸 시리즈>. '100 고단한 현실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목소리를 글에 담은 여성 작가들이 있습니다.' 시작하는 편집자의 말이 주는 울림에 본격적인 독서가 시작되기도 전에 웅장함이 밀려온다올해 만난   최고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말할 것도 없고 수필집소설집시집  권의 시리즈에 실린 작품에 대한 호기심은 <모던걸 시리즈> 대한 근거 있는 확신과 믿음을 전해줬다

 

바야흐로 2021한국 문단계는 여성작가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성작가들의 작품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작년 젊은작가상 수상자는 모두 여성작가들이었다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우리 작가님들이 많은 덕분에 해외 유명 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와도 예전만큼 크게 놀라거나 흥분하지는 않는 정도가 됐다(큰일 하는 우리 여성작가님들 만세!). 현재 여성작가들의 독보적인 활약이 있기까지거기엔 100 전 고단한 현실에도 꿋꿋이 자신의 목소리를 글에 담은 모던걸이 있었기에 가능한 서사가 아닐  없다『시선으로부터,』의 작가의 말에서 정세랑 작가는 김동인이나 이상에게 있지 않고 김명순이나 나혜석에게 있는 자신의 계보에 대해 고백하기도 했는데 <모던걸 시리즈> 존재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요소가 무척이나 많은 책이다.

 

 나는 꽃이 피면 어서 지길 바라는 사람이다. 꽃이란 마치 나를 꼭 생포하는 것 같은 요기를 부려 내가 감당해 내기 어렵다. 그 대신 푸른 잎들을 가만히 보면 내 눈은 씻은 듯이 밝아지고, 파아란 잎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가슴은 갓 스물인 것처럼 뛴다. 내 마음이 유독 즐거워지는 때라 그런가, 일 년 중에 내 얼굴이 가장 좋아지는 때도 또한 5월인 듯싶다. p.77 노천명 「5월의 구상」 

 

시리즈  제일 먼저 만나본 수필집엔 백신애노천명나혜석김경애 작가의 수필 21편이 실려있다당시의 시대상과 낯선 지명들과 풍경작가로서의 태도나 철학이 녹아든  속에서 당시에 드문 여성작가로서의 사명철학을 엿보고 외국에서 이방인의 시각으로 보는 선진국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시대를 앞서간 여성작가들이 들려주는 평범한 일상과 주변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2021년을 살아가면서 여전히 무수한 편견 속에 살고 있는 나를 마주하며 허를 찔리기도 하는 등의 재미를 곳곳에서 찾을  있다. 

 

 "멸치는 봄에 잡힌다면서 웬일입니까?"

 내가 물으니, 때때로 이렇게 조금씩은 잡힌다고 하였다. 계집애는 부끄러웠는지 슬금슬금 달아난다. 계집애의 뒷모양을 바라보며 그의 옷이 말할 수 없이 남루한 것을 보았다. 

 "오! 저 계집애는 이 농촌에 사는 가난한 어부의 딸이구나."

 그 머리며 손발의 장대함……. 이번에 내가 여기 온 것은 저들의 생활을 탐구하기 위함이었다. 이 부르짖음으로 가슴이 뜨겁게 흔들렸다. 오냐, 작가로서의 사명이 뭐냐. 이 현실을 누구보다도 똑똑히 보고 또 해부하여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나타내 보이는 데 있는 것 아니냐. 예술이란 그 자체가 민중의 생활과 분리되어 있으면 무슨 가치가 있으랴. p.131 강경애 「몽금포 구경」

 

이토록 멋진 기획이 문장  문장이 권의 책이 권의 시리즈가 전부 귀한 것들로 채워져 괜히 뭉클해지다가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낯선 시대낯선 지명과 풍경을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과 주변의 이야기들이 문학이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독자들을 만나 읽히는 과정이 특별하고 귀했다오랫동안 음미하고 싶은  특별한 기분을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으로 독서 목록을 채우는 것으로 채우려고 한다원래도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압도적이었지만 당분간은  압도적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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