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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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데 세계 일등 작가 알베르토 망겔이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끝내주는 괴물들』을 발표했다. 작가의 이름과 작품 제목만으로 이미 반해버렸는데 작가가 직접 일러스트도 그렸다고 한다. 거기에 이 책의 추천사는 무려 살만 루슈디가 썼다. 어떤 괴물들을 선별해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모든 요소가 하나같이 끝내주는 『끝내주는 괴물들』의 존재를 안 이상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괴물은 누구일까? 우리가 차마 같은 인간이라는 분류에 포함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반면교사 삼는 사람들이 있겠다. 히틀러, 스탈린, 피노체트, 바샤르 알아사드, 연쇄살인마, 강간범 등이 모두 우리가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고 싶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괴물이라 불린다. 고대인들은 우리보다 더 현명했다. 그들의 신과 괴물 들은 초자연적 장점과 결함을 갖추긴 했지만 보통 인간의 장점과 결함 또한 갖고 있었다. 폴리페모스는 어수룩했고, 케르베로스는 탐욕스러웠으며, 켄타우로스는 현명했고, 뤼지냥의 용 아가씨는 유혹적이었고, 페가수스는 자신의 속도를, 히드라는 미모를 뽐냈다. 이 괴물들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부심, 증오, 욕망 그리고 질투와 권태까지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우리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처럼 타인의 친절을 원하고 또 우리처럼 고통에 시달리는,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생명체로서 존중받기 때문에 그토록 오래 기억되는 것이다. 장 콕토는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를 사랑해서 수수께끼의 답을 직접 속삭여줬기 때문에 파국을 맞았으리라는 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p.144-145 「키마이라」


목차만 훑어봐도 얼마나 상상 이상의 책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 당연하게 떠오르는 괴물들보다 너무 멀쩡해 갸웃거리게 되는 캐릭터들이 더 많다. 거기에 성진, 사오정 등 동서양을 막론하는 캐릭터들도 등장하여 기대감을 부풀린다. 무엇보다 나와 닮은 괴물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알베르토 망겔의 유려한 글 속에서 나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마주하며 제대로 허를 찔리고 싶다는 욕망도 생긴다. 거기에 지적 허영심을 채우는 건 덤이다.


각 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속 인물로 그 나라를 정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잉글랜드는 끊임없이 부조리한 사회적 규칙과 편견에 부딪히는 앨리스, 이탈리아는 반항적이고 재미를 좇으며 "진짜 남자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피노키오, 스위스는 착한 아이인 체하는 하이디, 캐나다는 총명하고 걱정 많은 생존주의자 빨강 머리 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라면 아마 도로시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할 것 같다. p.276 「에밀리아 부인」


알베르토 망겔이 한국 캐릭터를 한 명 추가할 수 있다면 어떤 인물이 좋을까, 나에게  『끝내주는 괴물』에 캐릭터를 한 명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캐릭터를 선정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등등 많은 상상력을 가미하며 책을 읽어가는 과정이 내내 즐겁다. 이럴 줄 알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매력적이고 풍부한 이야기로 가득해 독서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알베르토 망겔이 소개하는 캐릭터와 작품들을 다 알았더라면 더 완벽한 재미와 만족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읽어야 할 독서 목록을 채워가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모든 문학 속 인물들이 모든 독자의 동반자로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들만이 오랜 세월 우리와 동행한다. p.15 「저자 서문」


오랜 세월 우리와 동행하는 인물들을 알베르토 망겔의 시각으로 살펴보고 이야기를 확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높은 기대치에도 그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해주었다. 작가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만이 오랜 세월 우리와 동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알베르토 망겔은 오랜 세월 동행하기에 적합한 작가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아니, 감히 동행이 가능할까? 그냥 무조건 따라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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