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와 아레스 - 제17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66
신현 지음, 조원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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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사람의 교감, 우정의 감동적인 이야기라면 몇몇 영화들 덕분에 낯설지 않지만 두 마리의 말과 어린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대는 또 달랐다. 거기에 올해 초 뇌전증을 앓는 소년 스벤과 부모님의 총격 사건으로 상처 입은 소녀 파커, 그들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스벤의 도우미견 알래스카의 이야기 『안녕, 알래스카』를 읽으며 어린이, 청소년 소설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독서 목록에도 기존에 없었던 청소년 소설의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안녕, 알래스카』를 출간한 문학과지성사에서 이번엔 소녀와 경주마에 관한 이야기를 출간했다고 하니 기대감이 더 커졌다. 


 "전설의 기수! 나도 저거 할 거야!"

 "아무나 전설의 기수가 되냐? 꿈 깨라."

 루나가 퉁바리 놓자 새나가 헤드록을 걸었다.

 "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한다고! 내가!" p.11

 

말 목장에서 기수인 부모님 아래 자란 쌍둥이 자매 새나와 루나. 당연하게 기수를 꿈꾸는 새나와 절대 기수는 되지 않을 거라는 루나에게 성장환경이 끼친 영향은 달랐다. 아빠가 200승을 달성한 날 엄마는 경기도중 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게 되고 엄마의 빈자리에 찾아와준 망아지 아테나와 아레스는 새나의 일상의 전부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경주마로 자라기 위해 어린 나이에 어미 품에서 떨어져 경주마 훈련을 받아야 하는 말들, 새나에겐 아테나와 아레스 둘 다 소중한 말이고 뛰어난 경주마로 잘 자라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왜 훌륭한 백마 혈통의 아테나는 경마 시장에서 비싸게 팔리고 평범한 혈통의 흔한 갈색 말 아레스는 도축장에 팔려야 하는지 새나의 시선에선 이해하지 못할 일들의 연속이다. 




 "새나야, 경주마가 되어서 우승하면, 모건 자마는 행복할까?" p.144

 

기수가 꿈인 초등학교 5, 6학년 새나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아테나와 아레스』는 흔히 성장소설을 통해 기대하게 되는 위로와 희망의 분위기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지만(오히려 내가 올해 읽은 소설 중 제일 어둡다) 그 속에서 인간의 욕심과 경쟁 사회, 차별, 동물복지 등 많은 주제와 많은 질문을 던진다. 같은 날 태어났지만 다른 캐릭터, 다른 운명을 타고난 새나와 루나, 아테나와 아레스를 통해 1등만 중요한 경쟁 사회와 혈통을 중시하는 불공평한 평가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짚어내는데 인간의 이기심으로 경쟁에 내몰려 학대당하는 경주마를 보며 공부와 업무 등 끝없는 경쟁에서 오로지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현상에 대해서 전 세계 그 어느 독자들보다 한국 독자들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건 한국 독자들만의 특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아프게 반성하게 되는 건 성인 독자들만이 받게 되는 형벌처럼 느껴진다. 아동, 청소년 소설로 독자층을 나누는 것이 의미 없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함께 읽어야 할 소설이기도 하다.


 또 말들이 달린다. 온 힘을 다해 땅을 뒤흔들며 달린다. 새나는 경주로를 달리는 말들을 보았다. 검은 말, 흰말, 붉은 말 들이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냥 신이 나서 달리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보였다. 방목지에서 뛰놀던 말들과 달리 경주마들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내몰려 달리고 있다. 대부분 눈가리개와 귀마개가 달린 마가면을 쓰고 있어서 볼 수는 없지만, 새나는 놀라고 긴장하고 두려움에 한 말들의 눈빛을 떠올릴 수 있었다. p.170-171


2021년 상반기 독서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본격적으로 아동, 청소년 문학을 꾸준히 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는데 실패 없이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아 만족감도 남달랐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소설 속 동물들의 활약이 돋보였는데(『긴긴밤』, 『안녕, 알래스카』, 『아테나와 아레스』 등등) 각자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물들이 전한 높은 밀도의 감동의 여운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아이들에게 쉼표가 되고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는 작가의 말이 모든 독자들에게 가닿길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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