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책
류이스 프라츠 지음, 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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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도서관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에 내가 얼마나 깊게 빠져드는지를 한 달 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서평에 실컷 고백해놓고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인데 이런 나에게 불을 지피는 소설이 또 등장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미스터리한 파란 책 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펼친다는 줄거리만 들어도 내 취향의 소설을 만난 기쁨에 기대감이 커지는데 평소 접하기 힘든 스페인 작가의 소설이라 하니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진다. 그러니까 류이스 프라츠의 『파란 책』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도 전에 내 취향의 책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 저멀리 여행을 할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멋진 모험도 할 수 있지. 게다가 너 스스로 그 모험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말이야." p.24


네 과목을 낙제하고 숙제를 위해 처음으로 방문한 도서관에서 수세기 동안 도서관에 숨겨져 있은듯한 미스터리한 파란 책을 발견한 주인공 레오가 파란 책을 읽는 동안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파란 책의 주인공 폴츠의 이야기를 몰입해 읽으며 사서 선생님 옥스포드와 친구들 리타, 아브람과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폴츠와 함께 알렉산더 대왕의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한 모험이 시작되는데 이 소설, 흡인력이 엄청나다. 파란 책 속 폴츠의 이야기가 파란색으로, 레오의 이야기가 검은색으로 펼쳐지는 액자식 구조도 흥미롭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으로 단숨에 읽히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제목처럼 파란 책의 표지 중앙에 열쇠가 꼽혀 있는 열쇠 구멍이 있는 표지 이미지는 많은 상상력을 이끌어내는데 열쇠를 열면 펼쳐질 환상 세계에 대한 기대를 『파란 책』은 완벽하게 부응한다. 


역시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나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이번에도 통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소설 속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아직 우리에게 낯선 작가 류이스 프라츠는 엄청난 흡인력의 환상적인 이야기로 경험시켜준다. 『파란 책』을 읽어가는 과정은 한 권의 소설을 읽어가는 독서이기도 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험을 동시에 경험하는 일이기도 했는데 영화화되어도 좋을 것 같은 소재와 친숙한 캐릭터들, 이야기의 합이 너무나 잘 맞았다. 2007년에 스페인에서 출간된 책이 한국 독자들을 만나는데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의아하지만 의아함은 뒤늦게라도 출간을 해준 문학동네 출판사를 향한 감사함으로 변해 있다. 


 레오는 리타를 보며 물었다.

 "리타…… 만약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

 "레오, 적당히 해라." 리타가 말문을 막았다.

 "아니, 이를테면 어떡하겠냐는 말이지. 너도 알잖아……"

 리타는 앞머리를 살짝 넘기면서 말했다. 

 "글쎄.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주인공을 최선을 다해 돕겠지?" p.202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인 도서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시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파란 책』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높지만 레오의 나이 때 이 소설을 만났으면 더 크게 감응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레오보다는 옥스퍼드 사서 선생님에게 더 크게 이입하며 읽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좋았다. 카탈루냐 도서관엔 아직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있을 것 같다. 소설이 끝난 게 아쉬울 정도로 나는 『파란 책』 속 깊숙이 들어갔다 왔다. 아직 여독이 다 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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