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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평점 :  
     
 
        
            
            
            
            
            
            
            

1980년 런던, 엘리스와 콘스턴스 홀든(이하 코니)은 상대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리며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 엘리스는 성공한 작가 코니의 곁에서 화려한 삶을 함께 경험하지만 어느새 강렬했던 두 사람의 사이엔 틈이 보이기 시작하고 코니로 인해 누리는 화려한 삶 속에서 공허의 감정이 밀려온다.
2017년 런던, 인생에서 엄마가 없었던 로즈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단 두 권의 소설만 쓰고 은둔 중인 작가 콘스턴스 홀든과 자신의 어머니가 사귀던 사이였다는 것, 오래전 실종된 어머니의 마지막 목격자라 바로 콘스턴스 홀든이라는 것.
이상한 은둔자 콘스턴스 홀든을 만나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알아보려는 로즈의 계획은 그녀가 로라 브라운이 되어 오랜 침묵을 깨고 세 번째 소설을 집필하려는 콘스턴스 홀든의 어시스턴트가 되면서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제시 버튼의 세 번째 소설 『컨페션』이 드디어 한국에도 출간됐다. 아직 많은 작품을 발표하진 않았음에도 '제시 버튼'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구축해낸 작가의 신간 소식이 반갑고 기대가 컸던 데에는 제시 버튼만이 다룰 수 있는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독보적인 필력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크기도 했지만 "이 책은 여성들에게 바치는 나의 러브레터입니다."라는 띠지 문구가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마음을 크게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매력적인 소설을 잘 쓰는 작가가 독자들을 사로잡는 말도 너무 잘 한다. 시작부터 이건 반칙인데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소설에 빠지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책 한 권이 마음에 들어와 인생을 바꿔주기를 얼마나 원했던가? 코니의 글을 읽는 동안 이 사람이 어머니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으며,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내게는 무시무시한 기쁨이었다. 이 관계를 알지만 소설을 읽는 것 이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나는 소설을 원하지 않았다. 누군가 진실을 말해주기를 원했다. p.66
엘리스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1980년과 로즈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2017년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펼쳐지는 스토리의 짜임이 견고하다. 로즈의 성장과정에서 부재했던 그녀의 어머니 엘리스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코니에게 접근하는 현재 로즈 시점의 이야기와 과연 과거에 엘리스와 코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500여 페이지의 소설은 장르물을 읽듯이 단숨에 읽어가게 만드는데 제시 버튼은 거기서 끝내지 않는다. 엘리스와 코니, 코니와 로즈 세 여자의 얽힌 이야기 속에 녹여낸 주제의식들은 독자들을 향해 무수한 질문들은 던진다. 소설 속 코니의 첫 작품<밀랍 심장>에 대한 '강렬하고, 냉혹하고, 열정적이며, 밑줄 긋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한 책'이라는 묘사와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하는 세 번째 소설 <변심>에 대한 '이 작품에는 매끈하고 권위적인 힘이 있었고, 인물들은 죄책감과 신비감을 발산했다.'라는 묘사는 『컨페션』에서도 유효하다. 높을 수밖에 없었던 기대치를 제시 버튼은 강렬하고, 냉혹하고, 열정적이며,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로 채워주고 죄책감과 신미감을 발산하는 인물들을 통해 매끈하고 권위적인 힘을 보여준다.
 바닥이 꺼진다고 느끼지 않는 여자, 원치 않는 임신을 겪든 겪지 않든 극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는 여자는 물론 언제나 있다. 그들은 임신한 여성이 되는 것과 엄마가 되는 것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알고 있다. 그들은 원치 않는 생물학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연인이든 아이든 남의 인생이든, 누구나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모로 내 삶은 내게 유령 같았다.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을 만들려면 우선 내 삶을 더 견고하게 해야 했다. p.492
로즈는 엘리스에 대해 왜 작은 뿌리도 내리지 못할 만큼 한곳에서 오래 지내지 못했을까 안타까워한다. 『컨페션』을 읽는 내내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의 작가의 말이 떠올랐는데 '나의 계보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그것이 김동인이나 이상에게 있지 않고 김명순이나 나혜석에게 있음을 깨닫는 몇 년이었다.'라는 정세랑 작가의 고백은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오랜 울림을 전했었다. 『컨페션』을 읽으며 『컨페션』이 발표되기까지의, 이후 펼쳐질 계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미니어처리스트』, 『뮤즈』에 이어 『컨페션』까지 독자들을 제대로 사로잡은 제시 버튼의 작품들, 작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에서 올해 제시 버튼의 『컨페션』으로 이어지는 비채 출판사에서 출간된 페미니즘 소설들, 여성들의 연대와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무수한 작품들이 펼쳐지고 그 계보를 이어갈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더불어 커진다. 
* 비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