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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2017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셜리잭슨상 중편 부분을 수상한 작품이자 올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의 원작 소설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지닌 사만타 슈웨블린의 『피버 드림』을 정식 출간 전 가제본 서평단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작은 판형의 중편소설이 보유한 엄청난 타이틀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평소 접하기 힘든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낯선 작가, 낯선 장르 등 낯선 것들 투성이지만 낯선 책이 가진 무수한 타이틀과 책을 향한 막강한 추천사들 그리고 창비에 대한 믿음이 어우러져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다.
-벌레 같은 거예요.
-무슨 벌레인데?
-벌레 같은 거요, 어디에나 다 있는.
벌레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비드와 자신의 딸 니나가 어딨는지 묻는 아만다의 대화로만 이어진 소설은 끝날 때까지 내내 모호하고 때로 난해하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많다는 확신만 가득한 가운데 다비드와 니나의 현재 시점의 대화와 각자가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를 넷플릭스 영화에서는 어떻게 이끌어갈지 조금도 짐작이 가지 않음과 동시에 감독의, 다른 사람들의 해석이 궁금해진다. 164페이지의 가제본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줄거리를 이야기하기도, 감상을 이야기하기도 힘든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한다. 겨우 읽어낸 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들춰보게 하고 넷플릭스 영화도 공개되자마자 빠르게 찾아 볼 준비가 되어있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싶다는 갈망이 커진다.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가요?
-어딘지 알아. 우린 응급병동에 있어, 얼마 전부터.
-얼마 동안인지 아세요?
-하루. 아님 오일인가.
-이틀이요.
-그런데 니나는? 지금 니나는 어디 있니? 드럼통을 나르는 남자들이 우리 옆을 지나가며 빙긋 웃어 보여. 그 사람들은 니나에게 친절하게 굴어. 하지만 지금 아이는 잔디에서 일어나서 나한테 제 옷과 손을 보여줘. 손이 축출하게 젖었지만 이슬 때문은 아니야, 그렇지?
-네. 일어나실 수 있어요?
-침대에서 나오라고?
-전 침대에서 내려갈게요.
-스프링이 삐걱대.
-제가 보이세요?
-왜 내가 못 본다고 생각하니?
낯선 것들 투성이였던 소설과 끝까지 친밀해지지는 못했지만 지금보다 작품을 더 이해하고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작품세계를 더 알고 싶다는 욕심을 내게 만든다. 무엇보다 정식 출간본에 실린 조혜진 번역가의 옮긴이의 말이 궁금하다. 책을 읽는 내내 축적되었던 무수한 모호함들이 조금은 선명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우리에게 낯선 작가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 되었다.'라는 편혜영 작가의 추천사가 나에겐 조금 다른 의미로 동의가 되었지만 『피버 드림』을 처음 읽었을 때의 혼란스러움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조만간 예민함을 더해 『피버 드림』 두 번째 독서를 할 예정이다.
* 창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