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은 이기적인 년 - 날카로운 직감과 영리한 태도로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캐런 킬거리프.조지아 허드스타크 지음, 오일문 옮김 / 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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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래희망은 이기적인 년』이라니 유교걸, 유교보이의 나라에서 제목부터 너무 세다. 파격적이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날카로운 직감과 영리한 태도로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부제와 '인생 좀 조져본 언니들의 유쾌한 카운슬링'이란 카피가 관심을 폭발시킨다. 거기에 두 언니의 팟캐스트 <My Favorite Murder>의 성공에 힘입어 책의 출간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바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이 떠오르며 기대감을 키워준다. <비밀보장> 역시 두 언니의 명쾌한 사이다 카운슬링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두 언니의 전성기를 되돌려 준 것은 물론이고 동명의 책 출간까지 이어지며 큰 성공을 거뒀는데 『비밀보장』을 출간했던 바로 그 출판사에서 『장래희망은 이기적인 년』이란 책의 출간 소식을 알려왔으니 본격적인 독서가 시작되기도 전에 신뢰감과 만족감이 넘치게 밀려온다. 


 엄마의 삶은 위대했어요. 엄마는 스스로 어리석게 행동하는 걸 용납하지 못했죠. 자식들이 권력 앞에서 바보처럼 행동하면 권위에 맞서 싸웠고요. 공격적이거나 독선적인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명확히 할 줄 아는 여자였어요. 엄마는 옳다고 믿는 걸 실천할 줄 알았어요.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다고 다른 사람과 그 감사를 나눌 줄 알았죠. 이런 면에서 엄마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는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즐거운 순간이 오면 아이처럼 기뻐했어요. 엄마의 눈에는 언제나 생기가 넘쳤죠.

 난 엄마가 알츠하이머에 걸릴 걸 어느 정도 예상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간호사인 엄마는 알츠하이머가 유전이란 것도, 병에 걸리면 살날이 얼마 안 남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이건 가족 모두 알고 있었어요.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존재예요. 타인을 만족시키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예의 따위 엿이나 먹으라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세요. 그러면 스스로 일군 인생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처럼요. p.65 




파격적인 제목에 자극적이고 톡 쏘는 카운슬링을 기대했지만 기대와 달리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가 내내 펼쳐진다. 그런데 이 언니들 너무 솔직해도 너무 솔직해 당황스럽다. 안 빠져 본 중독이 없고 안 해본 실패가 없을 정도인 과거의 경험들을 거침없이 들려주며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조언해준다. 이것은 마치 기대를 잔뜩 하고 MT를 떠났는데 도착해보니 MT가 아닌 강연, 세미나였지만 거기서 인생 선배를 만난 기분이다. 『Stay sexy and don't get murdered』의 원제가 『장래희망은 이기적인 년』이란 제목으로 유교국에 출간된 것이 낚시처럼 느껴지지만 그렇게 낚여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또한 책에서 다루는 고민들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미친 듯이 고민하고 오랫동안 스트레스받아왔던 것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공감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음, 인생은 능력에 비례해 굴러가지 않아요. 아무리 완벽한 인간으로 태어나도 상처받는 일은 늘 있죠. 분명 그럴 거예요. 그건 삶을 얻은 대가예요. 상처가 없다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네요.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생각해보면 말 한마디에 괜히 기분이 나빴던 적도 있잖아요. 그나마 다행이에요. 이제는 그 감정이 사라졌다는 의미니까요. 어떤 이들은 외로워서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하죠,

 우리는 '최고'가 되기 위해 비참해질 때까지 미친 듯이 자기 자신을 몰아붙여요. 하지만 우리 목표는 '진정한 자신'이 되는 거예요. 그러려면 뭔가를 맹신하는 습관을 버리고 새로이 눈을 떠야 해요. 지금 너무 괴롭고 아프다면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먼저 찾으세요. 지금의 고통은 훗날 10년 동안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재미난 화제가 될 거예요. 결점 때문에 숨지 마세요. 결점은 불완전한 사람들과 여러분을 연결해주는 끈이에요. 내 심리치료사인 미셸이 해준 말이죠. 그녀는 계속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처음에는 그녀가 쓸데없는 말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녀가 맞았어요. p.132-133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무례하고 이기적인 걸 '세다'라고 포장하는 게 거슬린다. 누가 봐도 인간이 덜 된 사람이라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하기 싫은 건데 그게 왜 세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부드럽지만 강단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하는데 '세다'는 것은 그런 사람들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책의 저자 캐런 킬거리프와 조지아 허드스타크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번갈아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부드럽고 진지하지만 강단이 있어 신뢰가 가고 배울 점이 많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면 스스로 일군 인생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 말하는 진정한 센언니 캐런과 조지아를 많은 사람들이 만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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