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 천재들이 사랑한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새벽형, 아침형 인간 붐이 일어났던 시절이 있었다. 저녁시간보다 새벽,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해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면서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된다는 것이었는데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는 패러디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쭐 된다는 짤이 돌아다니며 새벽형 인간 붐도 마치 유행처럼 사라졌었다. 나의 경우 새벽형 인간의 장점이 너무나도 와닿고 바람직해 보여 새벽형 인간을 지향하지만 실제 생활패턴은 오히려 불면증과 야행성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불면증으로 얻은 스트레스와 야행성 생활패턴으로 얻은 시간 낭비로 고민이 많지만 몇 년째 고치질 못하고 있는데 그런 나를 자극하는 책을 만났다. 일본 최고의 교육전문가이자 지식 보부상이라 불리는 사이토 다카시의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이다.


발상력은 일을 할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발상력은 취미생활의 즐거움도 배가시킨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발상력이 필요하다. 책이나 영화 등을 소개하면서 문학적 취향을 살릴 수도 있고,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정보를 꼼꼼히 체크해서 경기를 리뷰하거나 승부를 예측할 수도 있다. 어떤 취미라도 발상력이 더해지면 가치도 높아진다. p.122


영화 <캐쉬백>에서 실연의 아픔에 고통받는 남자 주인공 벤은 불면증과 시간 정지 능력을 얻게 된다. 잠을 못 자 남들보다 8시간이 더 생기게 되고 그는 근처 마트에서 야간근무를 하며 돈을 벌고 가끔씩 시간을 멈춰 사람들의 모습을 크로키하며 지루한 시간을 극복한다. 사이토 다카시의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을 보자마자 <캐쉬백>의 벤이 시간을 벌게 되는 것처럼 나도 스트레스받으며 낭비하고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 줄 거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꿩 대신 닭,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새벽형 인간이 되지 못하더라도 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으로의 변신할 수 있다면 이건 변신의 차원을 넘어서 진화가 될 일이었다.


 변화하고 연결되는 언어의 속성은 지적 생산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놀라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하나의 키워드를 떠올리면 연관된 다른 키워드를 금세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적 생산의 마중물이 될 키워드를 떠올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아이디어만 마냥 기다린다면 발상 자체가 가로막힌다. p.168


밤 시간을 활용해 매주 책 10권, TV 프로그램 50편, 영화 5~7편을 즐기면서 지식을 습득한다는 저자는 책, 신문, 라디오, 인터넷 등 교양을 쌓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제시한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지식을 향한 다양한 관심분야에 촉을 세우는 저자의 모습을 모며 '밤의 예찬', '야행성'보다는 '시간을 활용하는 습관'에 초점이 맞춰진다. 짧은 호흡의 글이지만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밤 시간을 활용한 지적 생산은 작가의 생활 습관, 다양한 책, 영화 등의 작품 인용을 통해 신뢰감을 높여준다. '지식 보부상'이라는 그의 수식어가 수긍이 된다.


 19세기 파리에는 발자크뿐 아니라 걸출한 작가나 예술가들이 많았다. 잠들지 않는 파리의 밤이 작가와 예술가들을 잉태하는 풍족한 토양이었던 셈이다. 잠들지 않는 파리의 밤을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당시 파리에서는 밤이면 학자와 예술가들이 살롱에 모여 자신의 지식과 감각을 열정적으로 나누곤 했다. 사르트르가 철학을 말하고, 피카소가 그림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보자. 화려하면서 때로는 사치스럽기도 했던 지적 생산의 토양이 19세기 파리에서는 무르익고 있었다. p.115


야행성 인간이 후회를 가지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음을, 시간을 잘 활용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사이토 다카시는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을 통해 알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독서, 영화 감상을 통한 발상법을 통해 예술, 문화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저자의 메시지는 자기개발과 더불어 응원의 메시지가 되어 나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내가 처한 환경, 그에 대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는 것 같아 든든하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독서를 끝낸 내 몫이다. 나의 밤이 만들어낼 잠들지 않는 지적 생산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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