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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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지식을 전달하지만 그 지식들을 관통하는 거시적인 흐름을 꿰뚫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재미와 인사이트를 전하는 책.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효용입니다.


'지식 편의점'이라니 너무나도 탁월한 네이밍이다. 정말 존재하는 장소라면 일을 삼고 들리며 즐겁게 가사를 탕진하고 단골손님이 되고 싶은 곳이 될 것 같다.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에 너무나도 좋은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책 제목만으로 사용하기엔 조금 아까운 감도 있다.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켜 브랜딩을 해도 성공을 보장할 것 같은 성공 프리패스 네이밍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저자는 <책 읽어드립니다>의 도서 선정 위원과 <시한책방>의 책방지기로 유명한 이시한 북튜버에 출판사는 흐름출판사다. 그러니까 『지식 편의점』은 흥행이 안 되면 이상한 책이 되었다.

 

지식 편의점 시리즈의 첫 번째 생각하는 인간 편은 세 단계 레벨 질문하는 인간 - 탐구하는 인간 - 생각하는 인간으로 구성되어 18권의 책들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독자들에게 지식 세례를 끊임없이 선사한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내 독서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 책들, 나에게 어려운 책이라는 판단에 독서 목록에조차 넣어둔 적 없었지만 나 빼고 다 읽는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오랫동안 봐서 어느새 익숙하고 친근해진 책들을 다룬 목록을 보며 잠깐 겁을 먹기도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안 읽은 책 읽은 척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읽은 척 책방'으로 구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시한책방> 책방지기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등의 책들을 이제 나도 어느 정도 아는 척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유럽의 미술관에 가보면 기독교와 서양의 문화가 얼마나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14세기 이전 작품들은 조금 뻔하고 재미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14세기 전에는 그림을 그릴 때 거의 무조건 성격의 내용을 담아야 했거든요. 성화聖畵를 그리다 보니 파격은커녕 약간이라도 창작적인 시도가 이루어지면 불손한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으니, 그림은 늘 정형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인 가운데는 성경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그림의 내용도 잘 와닿지 않아요. 반면 서양인들은 꼭 신앙심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경을 문화로써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감상하더라고요.

 하지만 서양 문화를 이렇게 헤브라이즘의 배경 하에서만 판단하는 것은 반쪽짜리 이해입니다. 이런 경향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르네상스운동입니다. 과거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르네상스운동의 핵심 맥락입니다. 헬레니즘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전통을 일컫는 말입니다. 로마제국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 중세는 신이 지배하는 세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성이 말살되고 신의 말씀만 존재하는 시대였지요. 그래서 르네상스 운동은 과거 신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며 신조차 인간적이었던 인간 중심의 시대인 『그리스, 로마 신화』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헤브라이즘 문화의 정수가 성경이라면, 헬레니즘 문화의 정수는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할 수 있어요. 성경을 보는 이유가 신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이유는 인간을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p.76-77 

 

세계사, 정치,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독서의 집중력이 저절로 높아진다. 다루는 도서에 접근하는 작가의 관점과 그에 따른 폭넓은 지식과 교양의 예시를 쉽고 재밌게 풀어가면서 마치 『지식 편의점』에서 다루는 작품들도 쉽고 재밌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한편으로는 다루는 책들에 대해 잘 알았더라면 이시한 작가의 관점을 따라가며 이해와 사고의 폭을 더 넓히며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책이 가지고 있는 재미와 매력을 100% 누리지는 못하는 것 같아 반성과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실로 오랜만에 지적 허영심을 제대로 충전하며 독서의 쾌락을 맛봤다.

 

 애플의 광고가 던진 획일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먹혔다는 것은, 대중 역시 획일화를 경계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왕이나 독재자가 다스리는 체제는 점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인류는 집단에서 개체로 점점 나아가고 있습니다. 야생에서의 생존, 외부 세력과의 전쟁 등 여러 투쟁 과정에는 일사분란한 집단적 대응이 유리했지만, 사회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원초적인 위협이 제거된 지금은 개체의 개별성으로 그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최소한의 사회적 생활이라는 전제 아래 최대한의 개인 발전을 지향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p.246

 

플라톤이 말하는 아이를 공유한다는 개념을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세 명의 아빠 후보들과 그들의 관계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다루면서 세종대왕의 정치 스타일과 조선왕조 500년을 이야기하는 이시한 작가만의 다양하면서 폭넓은 시야는 독자들로 하여금 통찰력을 키워준다. 전투적으로 쏟아지는 폭넓은 지식에 책을 읽어가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다. 한편으론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지식이 진짜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는데 놀라운 것은 2021년 『지적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시리즈 두 권이 출간 예정에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인간 편에 이어 출간될 성장하는 인간, 신이 된 인간 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두 작품에서는 어떤 책을 다루면서 어떤 지식 세례를 선사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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