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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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이라니, 근사한 제목에서부터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표지의 코끼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무례?, 품위?)짐작조차 쉽게 되지 않고, 국적조차 연상이 가지 않는 악셀 하케라는 낯선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지만 책에 대한 사전 정보 수집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오직 제목 하나 만으로 완전히 사로잡는 책도 참 오래간만이다. 인생의 모토로 삼고 싶어짐과 동시에 이 책을 쥐어주고싶은 무례한 시대를 무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하는(하지만 그들은 절대 책을 읽지 않지) 제목과 '차별과 배제, 혐오와 시대를 살아가기 위하여'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기는 부제만으로도 책에 관한 만족감이 넘친다. 제목과 부제가 이미 반 이상을 해버렸지만 이토록 근사한 제목과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주제로 작가가 펼쳐낼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품위를 떠올리면 정의로움, 공평함 등이 연상된다. 또한 타인과 연대할 때 느끼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들도 떠오른다. 이에 더해 아무도 보고 있지 않더라도 원칙을 지키려는 생각 역시 품위와 연계된다. 타인과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열려 있는 태도도 여기에 해당된다. 더불어 공명정대함을 빼놓을 수 없다. 공명정대는 말하고 행함에 있어 숨은 의도 없이 떳떳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자신의 언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공명정대하다 말할 수 있다. 끝으로 지금까지 열거한 사항들을 기꺼이 지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품위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p.28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는 독일의 베스트셀러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악셀 하케는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통해 무례함과 품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제시한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의 예시, 철학적 비유 등을 통해 무례한 시대에 우리가 가야할 이상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데 그의 의견에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막힘이 없고 핵심은 명확하다. '이 책은 '이렇게 살아야 품위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김예원 변호사의 추천사처럼 악셀 하케는 자신의 의견, 입장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함께 나눠준다. 결국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악셀 하케는 품위 있게 건넨다.



 

 우리의 주제는 법이 아니라 공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 법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이 새로운 세계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려면 각 개인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자세와 배려이다. 이를테면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세계에서 나름의 규칙을 하나둘 만들어가며, 석기 시대 때부터 물려받은 충동을 스스로 통제하면서 동물의 조심성처럼 서로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이에 더해 우리 모두가 각각 한 명의 시민으로서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p.77

 

2020년이 되어도 아직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없고 차별, 편견, 혐오, 갑질, 꼰대와 같은 사회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단 사회문제 만이 아니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통해 작가가 들려주는 사례들, 예시들과 질문들은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자가 진단을 도와준다. 지금 이 시대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작가의 질문에 과연 나의 대답은 품위가 있는지 뒤돌아보게 되고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이어지게 만든다. 

 

악셀 하케의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은 혼자만의 독서로 끝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와 토론으로 단계를 넓혀 가는 것을 권하게 하는 책이다. 이 시대에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품위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게 한다. 원서는 2017년에 발표 되었고 책에서도 2010년대 중반의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현재 2020년의 사회 현상에 대해 지금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나로서는 이렇게 좋은 책이 한국어 출간까지 햇수로 3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이미 그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 나는 이번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한국 출판시장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안타깝다. 악셀 하케의 이전 작품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앞으로 그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한국 독자들도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 많은 독자들이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를 통해 악셀 하케의 남다른 관점을 따라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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