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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5월
평점 :

고성배 작가의 『동양 요괴 도감』은 단순히 훑어보기만 해도 얼마나 치밀하고 방대한 아카이빙을 했는지를 짐작 가능하게 한다. 동양 요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 작가의 열정과 덕력을 엿볼 수 있는데 작가가 소개하는 동양 요괴들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더불어 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난다. 동양 요괴뿐만 아니라 다른 관심분야에도 출간한 책들이 있다고 하니 관심과 호기심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작가가 발간하는 본격 덕질 장려 잡지 <더 쿠The Kooh>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성배 작가와 『동양 요괴 도감』은 한국 문학계에서 희귀종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런 책은, 이런 책을 만드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국 문학계에선 없는 존재들이었다.


가나다 순서로 동양 각국에서 전해져오던 요괴들이 소개된다. 요괴에 대한 소개와 묘사, 구전 및 문헌 내용이 작가 말 그대로 그야말로 쓸데없이 고퀄리티다. 지구는 넓고 역사는 길어 요괴도 많고 전해져오는 이야기도 많음을 『동양 요괴 도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양 젖꼭지를 눈으로 삼고 배꼽을 입으로 삼아 움직이는데 한 손에는 도끼,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춤을 추는 중국의 형천은 작가의 코멘트대로 웃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세 개의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일본의 마이쿠비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3개의 초록머리 카시라를 연상시킨다. 흥미로운 생김새와 구전 이야기, 작가의 일러스트가 흥미와 재미를 동시에 전해준다. 재미와 흥미로움으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지만 밤새 요상한 꿈으로 괴롭지는 않을까 노파심이 들기도 하는데 단순한 독서의 행위로만 그치지 않고 하나의 체험으로 이어져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준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뻔하다가 무리하고 욕심을 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동양 요괴 도감』은 올해 상반기 동안 이루어진 나의 무수한 선택들 중 단연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동양에 이토록 다양한 요괴가 존재했다는 것도 신기하고 하나하나 특징과 역사,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가장 신기한 것은 동양 요괴에 관해 이토록 완벽한 한 권의 책을 묶어낸 작가의 정체다. 대한민국엔 이런 작가가, 이런 책이 더 많아져야 한다. 더불어 참신한 이벤트와 굿즈 등 매력을 확장시켜 보여줄 콘텐츠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작가의 덕력이 어느새 나에게도 전파되어 고성배 작가 덕후가 되었다. 앞으로 출판, 문화계에서 들려오는 그의 소식에 빠르게 감응하며 그의 활동을 누구보다 크게 응원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