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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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Loon Shots)

1.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2. 그러나 전쟁, 의학,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 아이디어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이라는 부제 없이 제목 『룬샷』만 챙겨봤더라면 도무지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책이다. 표지 일러스트만 보면 설계에 관한 책이라 오해를 할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부제를 봐도 조금 헷갈리는데 사피 바칼의 『룬샷』이 이목을 끄는 건 물리학자가 쓴 경영서가 작년 올해의 책, 베스트셀러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거기에 빌 게이츠의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이라는 짧지만 강력한 추천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유명인들의 추천은 전 세계 독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책의 두께에 어깨 통증에 대한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빌 게이츠가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이라 하니 호기심이 안 생길 수 없다. 모두가 무시하고 홀대했지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 그 설계의 힘이 궁금해진다. 

 



총 3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룬샷』은 세계대전, 팬암, 폴라로이드, 애플과 픽사 등 국가와 기업이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을 살펴보며 룬샷의 비밀을 알려준다. 실패의 경험에서 배우는 룬샷의 비밀 또한 성공의 비결만큼 흥미롭다. 골수까지 문과생인 나에게 물리학자 출신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저자가 대입하는 '상전이', '상분리', '동적평형' 등의 용어와 과학적인 접근으로 입증하는 방식들이 좀처럼 친숙해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다루는 소재와 성공의 비결을 다루는 흥미로운 방식이 재미와 집중력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기존의 경영서와는 다른 신선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각 장 말미의 핵심정리가 말 그대로 핵심을 정확히 짚어주고 정리해주는 부분에서는 저자인 사피 바칼의 설계의 힘이 돋보이기도 한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것에 관한 이야기들은 한 명의 선지자, 한 명의 천재, 종종 어느 한 순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야기는 들려주기에도 재미나고 소화하기도 쉽다. 가끔은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일지언정, 훨씬 더 풍부하고 흥미로운 전후 맥락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p.229

 

『룬샷』이 기존의 경영서와는 다른 신선함을 안겨주는 부분은 바로 한 명의 선지자, 한 명의 천재, 어느 한 순간을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더 풍부하고 흥미로운 전후 맥락까지 두루 다뤄 시야를 넓혀주고 생각의 사고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켜 준다는 점이다. 유명한 성공 사례를 다루면서 인물을 위인화하지 않고 사례를 신화화하지도 않는다.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설계의 힘을 다루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에서 사피 바칼만의 설계의 힘이 엿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독자들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설계를 도와주는 엄청난 내공이 엿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업계의 골리앗이 몰락한 익숙한 이야기는 수십 년간 이어진 성공에서 시작한다. 그 성공이 지나고 나면 우쭐했던 늙은 기업은 신선함을 잃는다. 목마름을 잊어버린다. 이제 막 두각을 드러낸 꼬마 다윗이 나타나 예상치 못한 무기로 어기적거리는 거인을 단숨에 해치운다. 그 무기는 모두가 간과했던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새로운 기술이다. 일종의 룬샷이다. p.214

 

폴라로이드는 세 살 배기 딸의 "왜 사진은 찍고 나서 바로 볼 수 없어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돼 30년간 즉석 사진 업계를 장악했다. 디지털 사진의 등장에 "절대로 돈이 될 리 없다"고 일축하지만 결과적으로 디지털이라는 꼬마 다윗에 무릎을 꿇고 만다. 폴라로이드의 성공사례(제품형 룬샷),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에 새로운 기술을 일축하여 발생한 예측 실패(전략형 룬샷)을 전체적으로 다루면서 사피 바칼이 『룬샷』을 통해 보여주는 폭넓은 시야와 통찰력이 더없이 근사하다. 재미와 유익을 사로잡은 책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고 난 뒤 책의 뒷날개를 통해 작가 소개를 제일 마지막으로 일게 됐다. 열세 살에 프리스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고 하버드에서 최우등졸업을 했다는 작가의 남다른 이력은 책의 장점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이런 편견쟁이 같으니)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경영학 분야에서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 사피 바칼을 『룬샷』을 통해 빠르게 만났다는 사실은 오래오래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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