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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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동글동글함과 사랑스러움을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무민을 캐릭터로만 알고 소비하다가 애니메이션과 소설을 통해 세계관을 드려다보며 본격적으로 입덕을 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좋아했던 캐릭터를 애니메이션, 소설을 통해 스토리의 재미에 빠지고 캐릭터들의 매력에 빠지면서 좋았던 것을 더 좋아하고 있는 와중에 무민 연작소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가 출간됐다. 


무민 덕후들에게 덕력을 폭발시켜줄 작품의 출간에 반가움과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소설을 읽기도 전에 작가의 서문에 크게 반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무민 스토리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영향받은 작품들에 대한 고백의 글은 단순히 서문을 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책을 읽고 난 후 서문이 크게 기억에 남은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무민 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연작 소설이 시작되는 이야기에 앞서 작가가 들려주는 고백을 읽어가면서 이 책의 서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작은 동물이 물었다.

 "저렇게 괴상한 나무들을 본 적이 있으세요? 줄기는 아주 엄청나게 길고 꼭대기에는 완전히 작은 먼지떨이 같은 게 나 있잖아요. 저 나무들 정말 멍청하게 생긴 것 같아요."

 무민의 엄마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대꾸했다.

 "멍청한 건 나무가 아니라 너겠지. 저 나무는 야자나무고 언제나 저런 모습이야." p.57-58


겨울이 오기 전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무민 엄마와 무민은 길을 나선다. 작은 동물을 만나고 툴리파를 만나며 그들의 여정엔 동행이 생기고 노신사의 신기한 정원, 순금으로 된 집을 만나 신기한 경험을 하는가 하면 여정에서 해티패티들과 함께 집을 나간 아빠 소식을 듣고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여정이 무민 아빠를 찾는 여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만남이 이어지고 예기치 않은 홍수를 만나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데 아이스크림 눈이 쌓여있고 초록 레모네이드 냇물이 내리며 초콜릿과 캐러멜이 열매로 열리는 나무 등 신기한 풍경이 즐비한 노신사의 신기한 정원의 모습은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 강과 폭포가 흐르고 초콜릿 풀, 나무가 신비하게 펼쳐졌던 모습과 겹치기도 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스니프가 이름을 가지지 못한 채 작은 동물로 무민 가족의 여정에 함께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무민 세계의 시작으로 기존 독자들에게는 재미를 안겨주는 부분이다. 무민이 하마가 아닌 트롤이라는 사실은 무민 캐릭터의 큰 반전이었는데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를 읽으며 무민 아빠가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는 이야기도 기존의 무민 세계에서 몰랐던 사실이라 반전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서문으로 시작해 짧은 소설과 이어진 이유진 번역가의 역자 후기까지 책 전체가 다 좋았다. 이유진 번역가는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의 이야기와 제2차 세계 대전, 자연재해를 언급하며 작품 속 사소한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살펴주고 작가가 무민 시리즈 집필 당시의 시대상을 들려주며 작품을 더 큰 시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역자 후기처럼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무민 세계의 조그마한 시작이 되고 뒤이어 펼쳐질 여덟 편의 연작소설로 이끄는 계기가 될 작품이다. 새로운 무민 독자들에겐 무민 세계관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 기존 무민 독자들에겐 소설을 제대로 정주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작품이다. 무민을 마냥 사랑스러운 캐릭터로만 알기에는 토베 얀손이 무민 시리즈에 담은 세계관이 너무나도 탄탄하고 디테일하다. 무민의 세계관을 알게 되어 정말이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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