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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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검증된 작가의 작품이 아닌 이상 에세이는 '작가의 이력빨'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대쪽같은 이론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마음이 크게 동하기 때문이다. 무수한 독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야매 이론을 통해 마쓰우라 야타로의 에세이 『일상의 악센트』가 매우 만족할만한 에세이라는 결론을 책을 읽기도 전 책날개의 작가 소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미국으로 도망가 생활고를 겪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고 일본으로 돌아와 직접 읽고 이해하고 감동한 책만 파는 동네 서점 '카우북스'를 운영하고 9년간 <생활수첩>의 편집장을 지내면서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시작했다는 작가 소개 글만 읽어도 작품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대를 앞서 살아가는 힙한 작가의 생생하고 다채로운 일상의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야말로 근사함과 여유로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온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이자 더 너른 시야로 보여주는 세상과 인생이가 쉼 없이 펼쳐진다. 예상과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졌지만 매일매일 소소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담백하고 단정하게 정리할 줄 아는 작가의 세심함이 작품의 곳곳에서 비친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작가의 글을 통해 지난 나의 경험과 감정들이 떠오르고 단조로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술술 읽히지만 되짚어보고 마음을 잡아보는 구절들이 곳곳에서 마음을 건드린다. 글에서 묻어 나오는 작가의 근사함과 여유로움을 닮고 싶다는 욕심도 가지게 된다.


 멋지다든가 훌륭하다든가, 나는 못 이기겠다든가 하는 그런 감동을 나이가 들어서도 느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런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몇 살이 되든 계속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나 이외의 사람은 모두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그 사람이 어떤 분야의 스승인지는 내가 발견해야 한다. 스승을 발견하는 것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p.152


직접 읽고 이해하고 감동한 책만 파는 동네 서점 '카우북스'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은 마쓰우라 야타로에 대한 호감과 『일상의 악센트』에 대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좋은 것보다는 즐거운 것이 우리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난 뒤 나에게 마쓰우라 야타로는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데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준 스승이 되었다. 과연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작가가 전하는 소소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엿봤는데 어느새 나에겐 인생의 커다란 질문들이 몇 가지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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