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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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염병의 시대에 살고 있다!"

 

에릭 토너 미국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 의학박사의 강력한 경고를 띠지의 문구로 하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코로나로 일상이 마비되고 유난과 혐오가 당연시되고 있는 시국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강제 집콕신세에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평소라면 아무리 베스트셀러에 높은 순위에 머물러 있고, 믿을만한 유명인의 강력한 추천사가 실려있어도 쉽게 손이 가지 않을 분야의 책이지만 이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이 출간된 『슈퍼버그』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거쳐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그야말로 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현재에 꼭 봐야 할 책이 되었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의학박사인 맷 매카시가 무섭게 진화하는 슈퍼버그와의 전쟁 이야기를 현장의 생생함과 인류의 역사를 결합시켜 슈퍼버그에 대해 단호하게 경고를 날린다.

 

 "우리는 이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박테리아는 신중하게 항생제를 이용합니다. 인간은 그렇지 못하죠."

 스펠버그는 멀리 내다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항생제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서서히 꾸준히 나와야 합니다." p.92

 

비교적 술술 읽히는 에세이지만 앞에 '의학'이 수식어로 붙으니 겁부터 났던 것이 사실이다. 의학, 슈퍼버그를 잠재울 신약 개발, 연구 과정을 끝까지 다 읽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우려를 가지고 책을 읽어갔다. 항생제 개발을 위한 인류의 역사와 작가가 진행했던 '달바반신'이라는 항생제 연구 과정을 통해 무수한 의학, 과학 지식을 쉽게 풀어내 '의학 에세이'에 가지고 있던 높은 벽을 허물어 주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치 소설처럼 읽히기도 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책이 좋았지만 400페이지 가까운 한 권의 책을 읽어가는 과정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소설처럼 상황이나 대화를 묘사한 맷 매카시의 기법은 더없이 근사했다. 서민 교수는 추천사에서 '미국 프로야구팀에 지명되고 하버드 의대까지 졸업한 의사가 글까지 잘 쓴다는 사실에 질투가 난다.'라고 고백했는데 그 질투가 동의됐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금방 담당 의사를 불러드릴게요."

 매건이 다시 가까이 오라고 내게 손짓했다.

 "남편이 나를 어떻게 떠났는지 알고 싶으세요?"

 정답이 있는 질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이메일로."

 "말도 안 돼!"

 나는 소리쳤다.

 "그것도 한 단락으로."

 나는 환자들이 자신의 삶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는 방식에 놀라워하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날뿐 아니라 많은 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닌데. 그럴 자격이 없는데.' 의사가운은 환자들에게 속내를 털어놓게 만든다. 사람들은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에게도 절대 털어놓지 않을 사연을 내게 들려준다. 나는 플로리다 근교의 카톨릭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하며 자랐는데, 지금 나는 고해소의 반대쪽, 신부님의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p.264-265


흐름출판사가 소설 같은 에세이 장르 '에픽'으로 스테디셀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숨결이 바람 될 때』, 『골든아워』에 이은 의사가 전하는 메시지로 『슈퍼버그』 또한 스테디셀러로 오랜 시간 독자들에게 읽히고 사랑받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항생제에 대한 역사와 무수한 의학 지식, 흥미진진한 작가의 경험들이 때론 술술, 때론 다소 어렵게 읽히면서 이 또한 독서의 재미가 되어주었는데 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가는 동안 의료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전해지고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질병이지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에 대한 강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감성과 사고의 확장 또한 독서의 큰 재미가 되어주었다.

 

'보이지않는 적과의 전쟁'이라는 『슈퍼버그』의 부제처럼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와 전쟁 중이다. 이 시대를 살면서 2002년 월드컵 4강, 『해리포터』 시리즈의 폭발적인 성공,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목격하고 경험했다는 영광스러운 기억 이면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사태의 목격과 경험이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발생 주기를 계산하고 미래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슈퍼버그』를 통해 맷 매카시가 전하는 슈퍼버그의 감염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희망을 읽으며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슈퍼버그』는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가 되는 희망을 품었다. 봄이 오고 희망이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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