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의 일을 냅니다 - 사장이 열 명인 을지로 와인 바 '십분의일'의 유쾌한 업무 일지
이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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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로 내 공간을 소개하는 건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십분의일이라는 이름과 로고를 행한 애정이 샘솟았다. 땀 흘려 만든 공간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했다.

 

 "분위기 좋고 나름 괜찮은 곳이니까, 놀러 오세요."


 이 영업 멘트에는 영혼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멤버인 수훈이가 이쯤 들어왔다. 수훈이가 참여하면서 정확히 열 명이 됐다. 이왕 늘어난 거 우리 열 명까지 모아볼까? 했는데 정말 열 명을 모았다. 멤버도 꽉 찼고, 공간도 거의 완성됐고, 이름도 짓고, 로고도 만들었다. 마음이 든든했다. 회사에서 퇴사할 때까지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지 못했었는데, 나와 멤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자발적인 영업 사원이 될 수 있었다. 직접 만든 내 작품을 갖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다녔던 이때가, 가장 설레고 가장 즐거운 시기였다. p.149-151 「영업 사원」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드라마 PD를 그만두고 와인바를 차린다. 그런데 와인바는 10명의 사장으로 운영되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경영되고 있다. 이현우 작가의 『십분의 일을 냅니다』는 확실히 에세이보다는 소설이나 드라마여야 더 잘 어울리고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소재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돈거래나 동업이라는 말이 명언이 된 시기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당당히 그만두고 옛 스터디 동료 열 명이 월급의 10%를 월 회비로 내서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의 와인바를 운영하는 방식은 마치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요즘 가장 힙한 장소 을지로에서 독특하게 운영되고 있는 와인바 '십분의일'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사는 사직서를 당당히 제출하여 퇴사를 하고 퇴사 후 여행에서 예전 스터디의 기억을 떠올리고 구상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와인바 '십분의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막힘없이 술술 읽히지만 무수한 과정에서 느끼는 고민과 열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어느새 나도 아로파 멤버들과 함께 '십분의일'을 공유하고 있는듯한 착각이 생기기도 한다.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돈과 함께할 멤버들만 있다면 나도 이런 와인바를 꾸려보고 싶다는 달콤한 꿈을 꾸기도 했지만 돈도 없고 함께 할 멤버도 없어 빨리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조금 슬프다. 


독특하고 특별하게 운영되는 와인바 '십분의일' 만큼이나 『십분의 일을 냅니다』 역시 독특하고 특별하게 읽혔다.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생각을 발상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내는 작가의 추진력에 대한 감탄은 그러한 가게의 일지를 유쾌하고 생생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전달 방식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졌는데 한 권의 책에 다 담아내지 못한 다른 이야기들, 앞으로의 이야기들,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음을 알기에 한 권의 책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연재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총각네 야채가게'의 성공에 힘입어 동명의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십분의일' 역시 차별적인 방식의 운영구조와 그 속의 우정과 함께 키워가는 가치관을 잘 살려내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가보지도 않은 가게에 내적 친밀감이 이렇게나 쌓이다니 여러모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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