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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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조금 넘는 기간동안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가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하고 후속편의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지켜보는 일은 마치 일본 문학 부흥기 시절이 돌아간 듯한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일본에서 뜨거운 인기가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한국 출판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았는데 비교적 늦었던 한국 출판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빠르게 사랑받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작품의 신드롬을 넘어 작가의 신드롬으로 이어질 거라는 예측을 쉽게 할 수 있었는데 예측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현실이 되어 또 한번 놀래켜주었다. 이케이도 준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소설 『일곱 개의 회의』가 출간되었다. 작품의 장르나 스토리를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던 『한자와 나오키』와 달리 작품의 큰 틀은 제목만으로도 어느정도 짐작을 가능하게 해준다. 


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끌었던 데에는 드라마의 재미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뿐만 아니라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현대인들의 직장생활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덕분에 '퇴근 후에도 회사에 있는 것 같아 짜증이 난다'는 성화가 일어나기도 했었다. 『일곱 개의 회의』를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반가운 마음에 작품이 더 좋게 느껴졌는데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7개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직장 내부 구조와 더불어 대기업과 자회사 구조, 하청업체 구조 등을 통해 직장의 수직적 구조에서 탄생하는 갈등과 신경전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회사에나, 어느 부서에나 있을법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묘사까지 더해져 작가로 등단하기 전 작가의 이력이 궁금할 정도로 회사와 회사원들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다. 더불어 500여 페이지의 묵직한 소설이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는 것은 이케이도 준 작가의 엄청난 내공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존여비, 상명하달식 사풍, 직원을 주체성 없는 부품으로 취급하는 분위기, 치사하고 보수적인 회사 상층부 등의 풍경에서 깊은 공감을 하며 일본의 회사 또한 우리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서 나와 비슷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인물들을 보며 실제 동료들에게서도 느끼지 못하는 동지애를 느낀다. 하마모토 유이의 "난 이제 단순사무직은 안 할래."라는 다짐을 보며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직장 상사에게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살지 말라는 듣는 혜주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회사의 풍경뿐 아니라 개개인의 인물들의 모습에서도 공감하며 밑줄을 긋는 지점들이 무수히 많은 것 또한 소설이 전하는 재미와 감동이다. 일곱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이어져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고 비밀이 해소되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과정 또한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일곱 개의 회의』가 기대 이상의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내며 높은 만족을 전해주자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불어 커진다. 소설의 성공과 더불어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의 인기 등 궁금한 이야기가 많은데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없이 작품만 수록되어 있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이케이도 준의 작품들이 빠르게 읽히며 재미 또한 상당하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들이 많으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빠르게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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