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과 탄광
진 필립스 지음, 조혜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소녀로 보이는 뒷모습이 커다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뭔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진 필립스의 『우물과 탄광』은 표지 디자인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폐장시간을 앞둔 동물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3시간 10여 분 동안 펼쳐지는 엄마와 다섯살 아들의 탈출기를 흥미롭게 펼쳐낸  『밤의 동물원』을 즐겁게 읽었던 기억 덕분에 그녀의 데뷔작 『우물과 탄광』에 대한 기대감 역시 더불어 커졌는데 우물과 탄광이라는 흥미로운 장소는 소설이 들려줄 이야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테스는 어느 여자가 자신의 집 우물에 아기를 버리고 가는 것을 목격하고 가족들에게 알리지만 아무도 테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날 담요와 아기가 발견된다. 누가,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왜 아기를 버린 곳이 가족의 우물이었는지 궁금증이 이어진다. 다섯 가족의 시점이 바뀌며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조는 『밤의 동물원』과도 흡사하지만 긴장감으로 흡인력 있게 읽혔던 『밤의 동물원』과 달리 『우물과 탄광』은 긴장감보다는 이후에도 계속되는 평범한 일상들이 흡인력 있게 읽히며 『밤의 동물원』과는 또 다른 매력과 재미를 전해준다. 

 

서로 다른 성격, 성향의 가족들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빠르게 시점을 바꿔가며 소설의 흡인력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1930년대 탄광도시 앨라배마주 카본힐의 묘사와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배경에 대한 묘사가 소설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인종차별 문제에 성숙하게 대응하고 교육하는 아버지 앨버트의 모습과 학교 선생님을 선망하는 버지의 모습은 마치 성장소설을 보는 것 같은데 뿐만 아니라 소설에는 휴머니즘, 페미니즘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매력을 더해준다. 진 필립스의 내공에 감탄할 부분들이 넘쳐나는데 『우물과 탄광』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우물에 아이를 던진 여자에 대한 미스터리에 이끌렸지만 소설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진 필립스가 생생하게 묘사한 1930년대 탄광도시의 풍경과 그에 어우러지는 정서를 몰입하여 읽다 보니 무거운 주제들이 녹아들어 결코 가볍게 읽어서는 안될 이야기를 너무 빠른 속도감으로 읽어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만큼 엄청난 흡인력을 자랑하는 소설이다. 『밤의 동물원』에 이어 『우물과 탄광』 역시 높은 기대에도 재미와 여운을 충족시켜 작가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졌다. 진 필립스가 다작을 하는 작가이길, 진 필립스의 작품이 발표되면 한국에도 빠르게 번역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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