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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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간절히 엄마를 내 몸의 일부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p.14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라는 무시무시하고 엽기적인 제목에 쉽게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지만 책이 품고 있는 그 감성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작가 미야가와 사토시가 위암을 선고받은 엄마를 2년 만에 떠나보내고 이후 남겨진 이야기를 그의 그림체처럼 동글동글하게 풀어내고 품어낸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의 유골을 먹어 엄마를 자신의 몸의 일부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렬하면서 근원적인 사랑의 감정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집 안에서 엄마가 사라진 순간부터 아버지도 이 집도 볼 때마다 시들어가고 약해져가는 듯했습니다. p.119

제목과는 반대로 신파 감성을 기대했지만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 만화는 꽤 담담하게 펼쳐진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무너진 모습을 보여준 아버지, 형제의 다른 애도 방식을 보며 어느새 독자들도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게 된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물론이고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라 어느새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한다. 엄마가 죽고 나서도 휴대폰 번호를 지우지 못한 에피소드, 엄마의 항암치료가 시작되고 100일 기도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에피소드는 개인적인 경험에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고 이외의 많은 부분에서 나와 부모님을 이입시켜보게 되면서 무수한 생각거리와 고민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조금은 짜증도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주는 안정감 덕분에 나는 계속 구원받았던 겁니다. p.49

모든 에피소드가 다 좋았지만 작가가 대학생 때 혈액질환으로 이식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엄마가 주는 안정감에 구원받았다고 고백하는 과거의 회상이 특별히 좋았다. 작년 여름 어느 소설을 읽다가 갑자기 엄마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고 혼란에 빠졌었는데 그 장면을 보며 나 역시 혼자 앓았던 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되며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 


너무 쓸쓸해서 어쩌지 못할 때가 지금도 여전히 있어요. p.159

인물의 감정, 대사 하나하나 곱씹으며 무수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감동을 전해주는 책을 읽어가는 내내 일렁였다. 한편으론 가족과의 이별,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떠날 수 있었던 작가의 엄마가 부럽기도 했다. 무시무시하고 엽기적인 제목과 대비되는 제법 묵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부모님,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만화 에세이였다. 제목만 보고 오해하여 이 책을 지나쳐버리는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 제목에 대한 거부감이 들어도 일단 '엄마'라는 단어에만 집중하며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엄마 말은 무조건 다 맞듯이 책 또한 그러하다는데 금방 동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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