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평소 책갈피 용도로 막 쓰는 책의 띠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사실 띠지의 홍보효과는 엄청나다고 한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평소 띠지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만 무수한 수상 경력과 믿을만한 언론이나 명사들의 훌륭한 추천사가 있는 띠지의 강렬한 홍보문구에 사로잡혀 집어 든 책이 꽤 많았음을 고백한다. 니나 게오르게의 『꿈의 책』 역시 그랬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강력 추천!'과 "이 꿈같은 소설을 다 읽고 '깨어난' 독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신문사 게네랄 안차이거지의 매력적인 찬사를 보고 이 책을 그냥 지나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대한 글을 쓰다.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쓰다.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내 생각에 대한 글을 쓰다. 나는 이미 작년에 메모장을 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메모장이 펼쳐진 적은 없다. 메모장이 마치 내게 묻는 듯하다. 네가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어? p.156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불의의 사고를 당해 코마 상태에 빠진 헨리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자신을 만나러 오다 죽음의 문턱에 선 아버지를 보며 상실에 빠진 샘, 헨리에게 버림받았다고 믿는 에디의 간절한 기다림의 여정을 니나 게오르게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4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두께만큼이나 감정의 소모를 크게 요구하지만 그 과정들이 게네랄 안차이거지의 찬사처럼 소설을 읽기 이전과 다른 깨우침을 주는 이야기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우리 둘은 말없이 강을 내려다본다.

 나는 아빠에게서 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 커피 잔, 손목시계, 추억. 무엇을 붙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열세 살이라는 건 부당하다. 아무 쓸모없다. 지금은 삶이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방위를 가리키는 순간이다. 잘못과 절망.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p.261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헨리와 매디의 꿈과 샘과 에디의 현실이 교차되며 상처투성이인 등장인물들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쉼 없이 감정을 두드리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니나 게오르게는 『꿈의 책』으로 처음 만난 작가였지만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슬픈 동화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화처럼, 때로는 판타지처럼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주었다.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온전히 이입이 되면서 작가가 전해주는 큰 울림을 고스란히 받으며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