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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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친구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했던 소녀가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어 무수한 의뢰인을 만나며 그들의 상처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며 이혼을 도와주고, 이혼을 막았던 에피소드를 잔잔하고 따뜻하게 녹여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던 웹툰 <메리지 레드>가 책으로 출간됐다. 하지만 웹툰의 인기와 화제성에도 이혼이라는 키워드가 관심사도 아니고 그림체가 나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 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혼을 소재로 한 웹툰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아 책으로 출간됐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낮은 기대치는 물론이고 사실 공감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최유나 이혼전문 변호사의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기대 이상의 요소들로 빠르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위로를 건네주는 마법까지 펼쳐준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변호사들의 이미지는 넘치는 냉철함이 지적인 매력까지 다 깎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인 최유나와 이혼전문 변호사 최유나 사이에서의 딜레마와 워킹맘과 이혼전문 변호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친근함과 대단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의뢰인들이 이혼을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기까지의 과정, 이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자극적으로 비추지 않고 의뢰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함께 아파하는 구절들에서 작가의 진심이 느껴진다. 이토록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감정을 건네는 책이라는 걸 미처 몰라봤다.

 결혼한 이들의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결혼하면 불행해질 거라는 뜻이 아니다.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그 행복을 얻으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 그러니까, '각오하라'는 말 아닐까. p.313

믿었던 사람에게 받았던 배신, 상상도 못했던 주변 사람, 상황들에서 발생한 돌이킬 수 없는 불화 등 『우리 이만 헤어져요』에서 다루는 에피소드들은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의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다. 이혼을 위해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들의 에피소드 속에서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동료들과의 기억과 감정들이 떠오르며 미숙했던 과거의 나를, 무례했던 타인들을 회상하게 되는 건 나만의 경험만은 아닐 것이다. 의뢰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손길이 만화와 에세이에 녹여져 있지만 '이혼'이라는 타이틀이 독자층을, 진입장벽을 한정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선물해주고 싶지만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 있게 추천한다. 편견과 선입견으로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나도 하마터면 그럴뻔했어요) 읽어보고 이 책의 좋은 점을 직접 경험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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