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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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는 14년 전 첫 책 『달려라, 아비』의 작가의 말에서 "언제고 곧, 다시 봅시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 다시 만났다. 김애란 작가는 김애란이라는 브랜드가 되었고 만인의 최애 작가가 되어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부지런히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사로잡고, 훔쳤다. 올해 김애란 작가의 장편 출간 계획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줄곧 장편 출간만을 기다려왔는데 예상도 못했던 작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발표부터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 리마스터 버전 출간 소식을 전하며 깜짝 이벤트를 전해주고 있다. 장편 출간이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작가를 향한 신뢰와 애정지수는 높아져만 간다. 

 

 

 한참 후 당신은 네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참 후 나도 네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참 후 당신은 너와 잘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참 후 나도 너와 잘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머리 위로는 지하철이 홍조처럼 긴 선을 그으며 지나갔고 우리는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오래도록 서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당신은 너와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146 「영원한 화자」

 

 

김애란 작가를 부지런히 따라 읽으면서 전작주의자가 되는 동안 김애란 작가는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대표작이 갱신되고 있다고 생각해왔었는데 리마스터 버전으로 『달려라, 아비』를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오랫동안 품어왔던 그 생각이 사실은 기억이 오염됐던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그러니까 김애란 작가는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이 곧 대표작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즐겁게 읽었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작품에 대한 기억을 다시 소환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 당시 책을 읽었던 시기의 기억도 소환시켜주고 좋았던 구절이 추가되기도 하며 무수한 즐거움을 건네주었다(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난 고친 부분까지 예리하게 찾아내는 독자는 아닌 걸로 판명됐다).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가 만나면 즐거운데 자주 연락 못하는 오랜 친구처럼 같이 나이를 먹으며 어떤 시절을 함께 건넌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김애란 작가와 작가의 작품 역시 같이 나이를 먹으며 어떤 시절을 함께 건넌 친구처럼 느껴진다(이건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존재만으로 너무나 든든한 김애란 작가님! 언제고 곧, 다시 뵈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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