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래 그분이 라틴어를 가르치기는 하셨지만 학교 밖의 일은 관심이 없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직지와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교황의 편지를 접하고 난 위 사건에 휘말려 피살된걸로 여기서는 보고 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분은 한국인에게 피살된 게 아니에요. 누군가 귀를 베어내고, 목을 물어 피를 빨아내고, 창으로 찔려 죽였어요. 셋 중 어느 하나도 한국에서 발생한 적이 없는 희귀한 범행이에요. 전문가는 그것이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유럽의 범죄라고 해요." p.142

김진명 작가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장르이다. 신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이번엔 무엇을 소재로 숨 막히는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해하곤 하는데 이번 신작은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관한 미스터리를 추적해간다. 김진명을 읽어본 독자라면 작가의 사진만 보더라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형사보다 더 발 빠르게 사건에 개입하여 배후세력에 맞서 사건의 미스터리를 밝혀내고 오래전 진실을 밝혀내는 김진명이라는 장르의 플롯이 선명하게 그려지지만 책을 펼쳐들고 사건을 마주하고 나면 공기부터 달라지는 것을 인정해야 함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이 사건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동기를 따르자니 현장이 울고, 현장을 따르자니 동기가 운다잖아요." p.136

라틴어를 전공 때문에 직지에 관해 관련된 일을 조사하다가 기괴한 모습으로 처참하게 살해된 전형우 교수의 죽음에 대해 형사보다 빠르고 치밀하게 사건을 파헤쳐 가는 김기연 기자는 살인 사건에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와 인쇄술의 혁명으로 세계 인쇄 역사를 바꾼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 대한 학계의 대립과 숨겨진 진실이 있음을 간파하고 진실을 파헤쳐 가며 한국, 독일, 프랑스를 종횡무진하며 사건에 깊숙이 침투할수록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미스터리를 추적해가는 과정과 종교적 형태의 살인 현장에 『다빈치코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직지의 어머니 박병선 박사부터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의 발명에 직지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관한 학계의 팽팽한 대립된 입장까지 이번 작품 역시 김진명이라는 장르만의 흥미로운 접근과정과 탄탄하고 치밀한 취재 과정이 돋보이면서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만다.

정말 쿠텐베르크 금속활자본은 직지의 영향을 받은 건지, 미스터리한 인물 카레나의 정체와 그녀가 쥐고 있는 사건의 비밀이 무엇인지에 관한 궁금증이 커진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인지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역시 김진명이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이다.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이번에도 역시 무방비 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