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SF 소설을 즐겨 읽지 않음에도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반가워했던데는 김초엽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이유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 「관내분실」과 가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동시에 수상하며 SF 문학계에 화려한 데뷔를 한 김초엽 작가의 첫 소설집이면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두 작품이 모두 수록된 작품집이 나왔다고 하니 평소 즐겨읽는 장르가 아님에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만사를 제쳐두고 먼저 읽어봐야 할 책이 되었다. 

 

젊은 감각과 화려한 상상력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 기대들 충분히 만족시켜 주고 있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작가가 구축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수록 정말 이 작품들을 쓴 작가가 93년생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든다. 그동안 익히 봐와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고착된 것들을 초월하면서도 먹먹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종, 성별, 장애, 연령, 모성애 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비트는 기교가 20대 중반의 신인 작가가 첫 소설집에서 선보이는 작품세계라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토록 멋진 공상과학세계,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그들이 파헤치는 과거의 사건들이 만들어낸 조화와 능수능란한 기교는 이미 경지에 달한 것이라 해도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그토록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가상세계와 철학적 메시지를 오래 음미하고 싶어 잠깐 쉬어가고 싶은 생각과 작가가 구축한 다른 소설 세계가 너무 궁금해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상반된 두 바램이 매번 충돌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만다. 그리고 나는 거의 매번 남은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빠르게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수록된 단편 중 「감정의 물성」에서는 각종 감정들을 조형화해서 사람들로 하여 호기심을 자극하고 매료시키는 물건이 등장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현상을 일으키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한국 SF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하고 야심 차게 내놓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역시 한 권의 책 자체가 '황홀함'과 '먹먹함'이 오묘하게 뒤섞인 하나의 감정의 물성과도 같았다. 김초엽 작가가 더더욱 확장해 갈 그녀만의 작품세계와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짜릿하고 시원하게 건드려줄 사회현상들에 대한 기대감이 대책 없이 커져간다. 다음 작품에서 그녀의 감정의 물성은 어떤 감정들을 전해줄지 궁금해진다. 책의 출간 소식을 기다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감정 역시 '설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