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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83호 - 2019.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글을 잘 쓰고 싶다고 늘 갈망한다. 머릿속 무수한 생각과 여러 가지 감상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돈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글쓰기 훈련을 매일매일이 모여 몇 년이나 똑같았던 일기 쓰기에서 서평 작성으로 바꾼지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좀처럼 글이 나아지지 않아 매번 한계를 실감하지만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긴 하다. 그중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이 예전과 다른 문학 계간지를 읽는 방식이다. 예전의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 어느 계간지에 수록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 작품만 찾아 읽고 시간이 흐른 후 소설집을 읽으며 예전에 본 적 있다고 희미하게 기억해내곤 했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에 좋은 서평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지니 평론도 일삼아 읽게 되고 찾아 읽게 되는 문학평론가도 생기면서 계간지를 읽는 시야는 물론이고 작품을 읽는 시야도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개인적인 한계에 대한 인정이 더 크게 읽히지만 나의 편협한 시각을 더 깊고 넓혀줄 기회라 생각해 창작과비평 온라인 클럽에 지원을 했고 창비에서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마침 시기도 적절했다. 오랫동안 들어왔던 팟캐스트가 예고도 없이 휴식기를 가지더니 예고도 없이 유튜브로 돌아왔고 나는 거기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하여 요즘 예전 <창비 라디오 책다방>을 다시 정주행하고 있고 황정은 소설가와 김두식 교수와 수많은 게스트들이 함께 작품을 탐독하고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학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관심과 시선을 따라가며 예전 팟캐스트를 듣고, 틈틈이 『창작과비평』을 읽으며 창비의 시선을 부지런히 따라갔다. 덕분에 『창작과비평』 리뷰 곳곳에 <창비 라디오 책다방>의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당연히(?) 수록된 소설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고 다행히 수록된 작품 모두 너무나 좋았다. 김중혁 작가의 「휴가 중인 시체」는 작가 이름 없이 작품을 읽었더라면 김중혁 작가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김중혁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김중혁 작가의 소설에 대해 정의하기가 힘들어진다. 그 예측 불가능이 나는 좋다. 백수린 작가의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나중에 소설집이 나오면 표제작으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도 좋았고 제목도 좋았다. 백수린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갈수록 성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은 마치 소설가로서 백수린 작가의 성숙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황정은 작가의 「파묘」는 마침 3월 13일 위트 앤 시니컬에서 낭독회가 있어서 낭독회에 참여는 못해도 낭독회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같이 읽어보고 싶었지만 일이 있어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디디의 우산』에 함께 수록돼도 될 정도로 그 연장선상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낭독회 다녀오신 분들의 후기를 보니 가부장제를 주제로 한 4개의 단편의 시작 작품이라고 한다. 앞으로 발표될 나머지 3편의 작품들도 몹시 궁금해진다. 김유담 작가의 「이완의 자세」의 과거 잘 나가던 엄마 모습의 묘사에서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의 엄마 모습이 떠올랐는데 유라도 울 때면 오혜자의 얼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2배가 넘는 분량임에도 제일 빨리 읽혔다.
문학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창작과비평』을 읽는 재미를 배로 높여준다.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3˙1운동을 재조명하고 현재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와 지구온난화, 오끼나와 미군기지 반대운동까지 폭넓게 다루며 품격 있는 문학을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문학 비평의 경우 내가 읽었던 작품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상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에 대해서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한기욱 편집진이 <책머리에>에서 다룬 황정은 작가의 『디디의 우산』과 박여선 영문학자가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에 대해 다룬 촌평을 읽으며 비루하고 누비하기 짝이 없는 내 과거 서평들이 부끄러워 지구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기에 많은 시인들의 시들과 송종원 문학평론가의 신동엽 시인에 대한 평론을 읽고도 단 한 줄의 리뷰도 남기지 못하면서 개인적인 한계에 직면했는데 김미정, 김수이 문학평론가와 하성란 소설가의 「이 계절에 주목할 신간들」에서 김미정 문학평론가의 '여전히 시는 어렵다'라는 고백이 큰 위로가 됐다. 그럼에도 발견이 있었다면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 이소호 시인에 대해 궁금했던 차에 「자기고백 예술가 1인의 무언록」이 너무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예전 <창비 라디오 책다방>에서 황정은 작가가 백석 시인의 시에 대해 "맛이 느껴지고 탄력이 느껴진다"라고 했었는데 나도 시 좀 읽을 줄 알고 좋아하는 시에 대해 근사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수록된 시를 읽을 때마다 했다.
『창작과비평』을 구독하면 할인과 단행본 증정, 포인트 적립 등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그 중 『창작과비평』 전자구독 서비스 무료를 온라인클럽 창작과비평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2019년 봄호 창작과 비평』뿐만 아니라 과거 『창작과비평』도 온라인으로 누릴 수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과거 수록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는 재미를 맛보느라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창작과비평』에 수록된 문학과 비문학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하는데 관심사가 그러하다 보니 문학 리뷰에 많은 비중이 쏠린 건 개인적인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계간지 한 권을 두루 읽어낸 경험이 『창작과비평』과 함께여서 배로 더 값졌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