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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드윗의 『시스터스 브라더스』의 스펙은 그야말로 빵빵하다. 온갖 수식어와 찬사들이 작품성은 물론이고 재미까지 겸비한 소설이라는 걸 보증해준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내가 이 책에 사로잡힌 데에는 거창한 스펙들보다 표지가 먼저였음을 고백한다. 달아래 카우보이모자를 쓴 두 사람의 모습이 하나의 해골로 보이기도 하면서 위트와 센스가 단연 돋보인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예전 ‘소설리스트’라는 사이트가 운영되었을 때 국내 유일, 세계 최고 표지 평론가 김중혁 작가가 선정하는 ‘표지갑’코너가 있었다. 매달 어떤 작품들이 선정될까 업로드되기만 기다리던 때가 있었는데 ‘소설리스트’ 사이트가 계속 유지되었더라면 아마 이번 달 ‘표지갑’에 당당히 올라올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표지 이미지를 보자마자 들었다(좋은 소설, 좋은 표지, 소설 속 음악들을 접할 때면 늘 생각나는 그 사이트...ㅠㅠ). 표지에 빠져들면서 소설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상상하는 재미를 더해주며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부터 기대감을 마냥 높여주었다.
레지널드 와츠는 갖가지 실패와 재앙으로 점철된 불행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씁쓸해하거나 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수많은 헛발질을 재미나게 여기는 듯했다. “나는 정직한 일에서도 실패했고, 불법적인 사업에서도 실패했네. 사랑에도 실패하고 우정에도 실패했지. 뭐든 아무거나 대봐요. 분명 내가 실패한 것일테니. 어서, 아무거나 말해봐요. 뭐든 좋으니.” p.34
청부살인업자 찰리 시스터스와 일라이 시스터스 형제는 캘리포니아로 가서 커밋 웜이라는 금 채굴꾼을 죽이라는 고용주 제독의 청탁을 받고 여정을 떠난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각지에서 몰려든 금 채굴꾼들이 들끓는다. 1851년 골드러시로 광기가 폭발하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시스터스 브라더스의 살인 청탁 여정이 펼쳐진다. 평소 즐겨 보는 장르의 소설이 아니더라도 서부를 배경으로 청부살인업자 형제들의 여정이라는 소재만으로 몇몇 이미지들이 절로 떠오르지만 패드릭 드윗의 『시스터스 브라더스』는 지금까지 없었던 서부극을 보여준다. 탄탄한 소재와 입체감 있는 상반된 두 형제 캐릭터와 그들이 여정에서 마주치는 인물들과 함께 소설을 이끌어 나가면서 곳곳에 블랙 유머를 배치해 기대했던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해주는데 표지에 가려졌던 각종 수식어들과 찬사들이 눈에 들어오고 수긍이 된다.
“당신 몸에는 낭만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데, 그렇죠?”
“우리 형제에게는 같은 피가 흘러. 그저 다르게 사용할 뿐이지.” p.186
악명 높은 시스터스 브라더스지만 그들의 청부살인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삐걱거리는 두 형제의 정반대 성격과 그들이 여정에서 예고 없이 마주하게 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갈등 속에서 긴장과 재미가 느껴지고 낭만이 읽힌다. 폭발하는 흡인력은 말할 것도 없다. 골드러시 열풍에 기대감에 부풀어 캘리포니아로 몰려든 포티나이너스들의 허황된 꿈과 욕망을 풍자적으로 풀어놓으며 흥미를 유발한다. 패트릭 드윗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고 영화가 궁금해진다.
금 채굴꾼을 죽이러 가는 여정 중 우연히 현상금이 걸린 곰 가죽 사건에 가담하게 되어 사냥꾼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찰리는 사냥꾼들에게 “네놈이 나한테서 얻어갈 건 죽음뿐이야.”라고 경고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들의 여정은 계속해서 지연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인물들과 그들에게 펼쳐지는 상황들이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도 서부식 블랙 유머를 공격적으로 건네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경험시켜준다. 패트릭 드윗이 “독자들이 나한테서 얻어갈 건 소설뿐이야.”라며 건네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