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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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개의 인생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인생은 바로 당신이 인생은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시작됩니다.” - 히들스턴

우연히 영화 <로키3> 보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나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로키 발모아처럼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주인공 리지의 두 번째 인생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영화 <토르> 악당 로키로 유명한 배우 히들스턴의 어록이 절로 떠오르게 했다. 

그게, 사실은... 

내가 식당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 내용을 물었고 그이가 남편이야.”

그렇구나. 그래서?”

내가 영화를 보러 갔더라면? 다른 식당에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10분만 늦게 식당에 갔다면?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던 거야.”

-영화 <500일의 썸머>

그런가하면 영화 <500일의 썸머> 떠오르기도 하는데 <500일의 썸머>에서 톰과 썸머가 이별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영화 <졸업>이었다. 리즈가 친구들과 <로키3> 보지 않았더라면 혹은 <로키3> 아닌 다른 영화를 인생 영화로 만나 그녀의 히어로가 다른 사람이 되었더라면 리즈의 인생 2막은 어떻게 펼쳐졌을지 상상해보게 한다. 하지만 썸머의 운명처럼 리즈 역시 <로키3> 어떻게서든 만나 자신을 변화시킬 운명이었을 것이다.

 영화 초반의 록키 발모아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록키 발모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 록키 발모아처럼 그녀는 공부를 재개할 것이다. 

 공부를 것이다.

 의과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부를 마칠 것이다.

 결심이 섰다.

 의사가 것이다. p.15-16

<로키3> 보고 열병을 앓은 작품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소설가가 되었다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자신의 히어로 실버스타 스탤론에게 바치는 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데 100페이지 남짓한 짧은 소설에 씨네21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이 더해져 매력을 더해준다. 

 

다혜  설정 자체가 그냥 덕질 코스예요.

종산  ‘나의 마지막 히어로라는 제목도 뭔가 덕스럽고요.

다혜  그렇죠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분량이 길지 않아서 빠르게 읽히는 데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아니예요. 계속 말하지만, 다른 소설들과 달리 남편과의 관계도 안정적이고요. (...) p.91 대담

인생 영화 <로키3> 만나 자신이 잊고 살았던 꿈을 스스로 이뤄 나가는 리즈의 모습과 함께 짧은 소설은 내내 경쾌하다. 모두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우려하지만 바로 실행에 옮겨 어린 학생들 틈에서마담이란 칭호를 들으며 묵묵히 학업을 마치고 남자들 틈에서 복싱을 배우다가 평생의 반려자 장을 만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지속되는 실버스타 스텔론을 향한 덕질과 조금은 엉뚱한 걱정들이 사랑스럽게 펼쳐진다. 길게 이야기를 펼쳐나갈 거리들이 넘쳐남에도 짧고 빠르게 이야기를 펼쳐가는 방식은 무심한 듯 시크하지만 빨리 읽히는 흡인력만큼이나 처음 만나는 특이한 형태의 소설에 금방 빠지게 된다. 영화에 빠지고 실버스타 스텔론에 빠져버리는 리지의 모습을 어느 지점까지는 공감을 하며 읽어가다가 덕질의 수위가 상상을 초월하면서 느끼는 대목들에서는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며 소설이 끝나도 소설이 전해준 재미와 감동을 오래 느끼고 곱씹어 볼 있게 해준다.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을 통해 시리즈의 나머지 소설들이 궁금해지면서 엠마뉘엘 베르네임을, 그녀의 짧은 소설 시리즈를 깊게 파보고 싶어진다. 어쩐지 혼자 알기엔 아까운 작가와 시리즈라는 생각이 든다. 다섯 시리즈의 대담집만 따로 묶어도 권의 흥미로운 책이 되어 즐거움을 선사해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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