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정은 작가는 완성형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 작가에게 '완성'이라는 단어보다는 '발전 가능성'이나 '기대'라는 단어가 더 적절한 수식어겠지만 황정은 작가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완성형'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황정은 작가는 등단 때부터 이미 모든 것이 정갈하게 다듬어진 타고난 완성형이었다. 

황정은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들은 신비함을 넘어 혼란스러움이 컸다. 몇 권의 작품을 더 읽으며 작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굳건한 충성심이 생겨도 그 감정들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데 황정은 작가가 구축한 그녀의 작품세계는 내가 지금까지 얇게 파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만나왔던 이 세상의 소설 세계가 아니었다. 경장편은 물론이고 단편 하나도 쉽게 술술 읽히는 작품이 없고 작가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잔잔하게 읽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폭풍을 맞이하게 되어 독서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여운에 압사당하곤 하는데 그래서 황정은 작가의 신작 소식이 들려오면 격하게 반기며 환영하면서도 황정은이라는 소설 세계를 맞이할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

 

 

2019년의 새해 복을 창비출판사에서는 황정은 작가의 신작 『디디의 우산』으로 건넸다. 연초부터 황정은 작가라니 정말이지 출간 소식만으로도 이미 고마워 죽을 지경인데 기본 버전과 동네서점 에디션 특별버전을 제작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독자들을 또 한 번 감동시키고 있다(동네서점 에디션을 소장하기 위해서 동네서점을 찾는 여정을 떠나야 하는 지방인은 조금 슬프지만 이런 이벤트에 대한 반가움이 훨씬 더 크다). 황정은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 적혀있는 책날개의 작가 소개는 역시 황정은 작가답다. 목차를 확인하며 이 책에 작가의 말이 수록되어 있음을 확인한 순간에는 작가와 출판사를 향해 절이라도 올리고 싶을 정도로 반갑고 고마웠다.

1년 반 전 지겨운 여름이 얼른 가고 가을이 오길 기다렸던 계절에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웃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문장들을 시간이 흐른 후 새해를 맞이하며 읽기 더할 나위 없는 책이라며 출간을 격하게 환영한 황정은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에서  「d」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나 읽었다. d와 dd는 동급생들이 하교한 교실에서 함께 낙뢰를 보고같이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지만 d에게는 그 기억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동창회에서 다시 만나 dd를 통해 함께 낙뢰를 봤다는 없었던 기억이 생기고 꿈도 꾸지만 dd와 우산을 쓰고 집까지 걸었다는 기억은 없고 자기가 잘못해 그 기억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d가 dd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끝내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에 대해 죄책감을 보이는 것처럼 1년 반 만에 다시 읽은 「d」는 읽기도 전에 「웃는 남자」가 떠오르기도 했고 읽으며 그동안 잊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주기도 하고 끝내 기억을 소환하지 못해 「d」로 처음 읽히기도 했는데 『디디의 우산』에 수록된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통해 황정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등장인물들이 세상을 통해 받게 되는 폭력과 상처들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무수한 말도 안 되는 사건들과 아물지 않는 상처들 역시 그렇게 떠오르기도 했고 끝내 떠올리지 못해 죄책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황정은 작가를 그녀의 작품뿐만 아니라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어떤 작품을 다루는지, 어떤 게스트가 나오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황정은 작가의 덕심으로 구독했던 팟캐스트에서 황정은 작가는 정말 그런 작품을 쓰는 소설가 다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주었었다. 작품 이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걸 꺼려 하고 게스트들이 이야기하는 무수한 책들 중 안 읽어본 작품이 없을 정도로 책도 많이 읽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관심도 많은 모습들을 황정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도 만나왔다고 생각한다. 황정은 작가만의 고집이, 세상을 통해 받은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무수한 공허와 쓸쓸함이 읽히지만 황정은 작가의 소설에는 특유의 온기가 있다. 갈수록 온기가 더 느껴지는 건 황정은 작가의 작품이 따뜻해서 일까 황정은 작가를 향한 덕심이 갈수록 커져서일까?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