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엄지장갑은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이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주는 것이다. 

 

겨울엔 몹시 추워서 엄지장갑 없이는 살 수 없는 루프마이제공화국의 한 가정에서 온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탄생한 마리카의 이야기로 잔잔하게 소설 『마리카의 장갑』은 시작된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를 모델로 오가와 이토 작가가 건설한 루프마이제공화국의 사람들은 더없이 선하고 따뜻하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로 선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읽힌다. 루프마이제공화국과는 180도 다른 날씨와 이미지인 아프리카의 유명 속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떠올랐는데 가족들과 이웃들뿐만 아니라 자연과 루프마이제공화국만의 풍습이나 문화 등이 따뜻하게 어우러져 그 안에서 마리카가 뜨개질이라면 질색을 하며 턱걸이로 겨우 시험을 통과하는 아이에서 첫사랑을 경험하는 소녀가 되고 어엿한 숙녀가 되어 사랑의 결실을 이루지만 나라를 잃고 전쟁에 연행된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을 뭉클하게 그려냈다. 

 

『마리카의 장갑』은 더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이다. 뜨개질에 소질이 없어 시험도 겨우 통과한 소녀 마리카는 첫사랑을 경험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뜨개질을 배우고 장갑을 선물한다. 야니스는 마리카를 만날 때마다 꽃이 아닌 꽃씨를 선물한다. 마리카와 야니스의 간질간질하고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다 못해 너무 달달해서 당뇨 걸릴 것 같을 지경이다. 그리하여 여느 동화들처럼 마리카와 야니스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나의 예상과 전혀 반대로 가면서 이 책이 더 좋아졌는데 따뜻하고 포근한 시선으로 읽어갔지만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져 있었다. 소설의 후반뿐만 아니라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와 오가와 이토 작가의 인터뷰까지 뒷심을 톡톡히 발휘해주었다.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 『계란을 사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크다. 국내에 빨리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마리카처럼,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처럼 누군가에게 장갑을 선물하며 온기를 나누고 싶다. 야니스처럼 꽃이 아닌 꽃씨를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씨앗에 싹이 텄으면 좋겠다. 연말을 보내고 연초를 맞이하는 시점에 이 책을 읽은 터라 오가와 이토 작가에게 새해 선물로 엄지장갑과 꽃씨를 선물 받은 것 같다. 내 손잡아 줘서 고마워요. 씨앗도 잘 틔워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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