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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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불만이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다. 얼굴 크기며 얼굴형이며 안의 이목구비 어느 하나 만족하는 부분이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외모에 대한 불만이나 콤플렉스에 대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면 적당한 위로는 받겠지만 외모에 대한 의견(얼굴이 너무 크지, 못생겼어 등등등) 갈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인상에 관해서라면 의견이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다. 나의 입장부터 표하자면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는 인상이다. 그래서 길거리 캐스팅 경험은 전무해도 종교 포교활동하는 사람들에겐 인기가 만점이다. 좋게 말해서 순하고 순박하고 이런 말들을 칭찬으로 들었다면 엄마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인상이 너무 세다고 눈에 풀라고 한다. 도대체 어디가? 눈에 안 들어간 건데 뭔가 억울해. 도무지 납득이 안되지만 첫인상이 무서워 보였다, 말 붙이기 어려웠다는 말도 들어본 있다. 그러니까 크고 못생긴 얼굴이 품고 있는 정확한 인상을 나도 모르겠다. 

 

김종광 작가의 『웃어라, 내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얼굴에 대한 여러 불만과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웃어라, 내 얼굴』은 작가가 지난 20 동안 1500 개의 산문 중에서 좋은 글들을 추려 묶은 산문집이다. 가족 이야기, 전업 소설가로서의 생계 고민, 의미를 잃어가는 각종 무수한 날들과 현대 사회의 각종 문제들, 문학에 대한 애정들의 무수한 기록들이지만 짧은 글들을 읽다 보면 현재 나의 고민부터 과거의 기억들까지 마구잡이로 소환되어 어느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웃어라, 내 얼굴』은 그런 책이다. 샤프에 익숙해졌다가 아이 때문에 오랜만에 연필을 만나 감회에 젖은 글을 읽다가 연필을 연필깎이가 아닌 칼로 깎게 했던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을 떠올렸고 다녀야 학원이 많아 바빠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4학년 아이의 발언에 아이와는 반대로 빨리 어른이 되기만을 바랐던 나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다. 숙제가 많았던 유치원생 아이가 공무원을 꿈꾸는 중학생이 되고 각종 TV프로그램이나 사회적 이슈 등을 통해 20년의 세월의 흐름을 보고 느끼는 재미는 덤이다. 

 

편협한 독서를 하는 탓에 아직 모르는 작가와 작품들이 너무 많다. 김종광 작가 역시 많은 소설을 작가임에도 이번 에세이 『웃어라, 내 얼굴』로 처음 만났다. 고백을 하자면 우습게도 35년을 달고 사는 인상에 대해서도 모르면서 짧은 호흡의 산문들을 토막토막 읽으면서 김종광 작가에 대해 같다는 착각을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오만인지 모르겠지만 김종관 작가의 지난 20년간의 일상의 기록들이 친밀하게 다가와 줘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종관 작가의 소설들은 어떤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당장 빨리 손에 쥐고 싶은 소설은 환갑도 훨씬 넘으신 분이 평생교육원 소설창작실습 강의를 들으며 완성했다는 700매가량의 장편소설이라는 조금 웃프다.

 

책을 읽었던 겨울의 초입 풍경처럼 한겨울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 까먹는 귤 같은 독서를 했다. 번에 먹으려고 담은 게 아닌데 어느새 트레이에 있는 귤들을 한자리에서 까먹는 것처럼 펼치면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많은 이야기를 읽은 만큼 떠오르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모두가 안녕했으면 하는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은 연말이다. 모두가 웃으며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내 얼굴도 웃어라,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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