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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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장편 출간 소식이 들려왔다. 무수한 행사들이 즐비한 5월이지만 나를 위한 날은 단 하루도 없는 이 봄날 마치 나를 위해 선물 상자가 도착한 것 같아 넘치게 기뻤다. 무슨 선물이 들어있을까 기대하며 선물 상자를 뜯는 아이처럼 기대감이 컸다. 나를 기쁘게 할 요소들이 조금도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건 김금희 작가라면 아직 김금희라는 장르에 보여줄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 시대를 말도 안 되게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청춘들을 증명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신작 소식을 더 반갑게 기다리게 되는 작가들이 몇 있다면 김금희 작가는 당연  선순위에 든다.

경애는 스스로의 삶에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발끝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경애가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위태로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도 산주를 생각하면 어떤 간절함이 들면서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경애를 붙들었지만 그것이 결국 자기를 파괴하리라는 것을 경애는 예감하고 있었다. p.132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끝없이 불운이 이어지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의 당연한 냉담이 참 슬프다. 상수와 경애, 조선생을 막다른 불운으로 몰아넣는 사람들이 거대한 조직이나 악한 존재들이 아닌 그들보다 조금 덜 불운하게 사는 사람들이라 상심 감이 더 크게 몰려온다. 이런 감정을 내내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김금희 작가의 감성의 내공이 놀랍다. 아직 작가의 많은 작품을 접해보진 못했지만 소설가라면 몇 편의 작품들로 이 작가는 단편이 더 좋다거나 반대로 장편이 더 빛을 보는 것 같다는 평이 쉽게 나오기 마련인데 김금희 작가의 첫 장편이지만 이전의 단편들도 이번 장편도 모두 좋았다.

"괜찮겠어요?"
​"뭐가 괜찮아요?"
​"아니에요."
​"그러는 경애씨는 괜찮습니까?"
​"뭐가요?"
​"뭐든 말이에요." p.169

E가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오는 시간을 E가 어딘가 혼자 다녀오는 것 같은 느낌에 질투심을 느꼈던 경애처럼 책을 읽는 내내 나 혼자 어떤 공간에 다녀온 것 같았다. 작가가 그려낸 인천의 어느 공간들의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고 베트남의 공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경애와 E가, 상수와 은총이, 경애와 상수를 가까이서 바라본 것 같기도 하지만 그곳은 그들의 세계가 아닌 김금희 작가의 세계라는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아직 다 만나보지 못한 김금희라는 장르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는 대목이다.

경애의 마음을 한번 더 다시 읽을 기회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금희 작가의 다음 작품들도 무조건 챙겨 읽을 예정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두루 읽혔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말도 안 되는 이 시대를 말도 안 되게 살아가고 있지만 모두가 충분히 공허해지고 실컷 아팠으면 좋겠다. 이 봄날 김금희 작가가 전해주는 청춘의 열병을 앓으며 모두가 안녕했으면 좋겠다. 부디. 

 

-
2018년 10월 26일에 덧붙입니다.

(…)
이동진 : 그래서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제가 굉장히 감동받은 게 아까 경애라는 이름도 그런 얘길 드렸는데 사랑에는 이제 수많은 어떤 스펙트럼이 있을 텐데 이 사랑의 핵심은 동지애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팀이었구나. 그리고 팀이라는 게 사랑이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그런 진행이라서 사실은 그런 이야기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김금희 : 네 감사합니다. 그게 아마...
근데 읽으신 독자분들 가운데서는 경애가 되게 아까우신가 봐요. 저한테 항의하시듯 "작가님이라면 상수랑 사귀겠냐"고 저한테... 그러셔가지고... 아... 소설이 그렇게 가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동진 : 네 그러면 "사귄 건 아니구요." 이렇게 또 얘기하시는 건가요?
 
김금희 :
그렇게 저는 질문을 받아서 "되게 잘생겼거든요"라고 바로 변명을 했어요.
 
이동진 : 강동원 얘기하시면 되는데.
 
김금희 : 네 "상수가 엄청 잘생겼거든요. 그래서 저라면 사귈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는데 별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어요.
-<이동진의 빨간책방 291회 경애의 마음 with 김금희 작가>

5월 완연한 봄날 이 소설을 읽고 서평의 말미에 이 소설을 다시 읽을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고 썼었는데 조만간 다시 읽을 예정입니다. 왜때문이냐면 여러분 김금희 작가님이 상수가 되게 잘생겼데요. 우린 지금까지 『경애의 마음』을 잘못 읽은 거예요. 다시 읽으셔야 합니다. 『경애의 마음』 안 읽은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요. 김금희 작가님 출연하신 <이동진의 빨간책방> 안 들은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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