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 상상 동시집 20
문봄 지음, 홍성지 그림 / 상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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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표지와 제목을 보고 '폰드로메다? 핸드폰?' 호기심이 들었다. 사실 책은 아날로그의 대표자이고, 디지털이나 전자기기 등과는 왠지 경쟁구도에 있을것 같은데 서로 사이가 별로 안좋을 것 같은 책과 핸드폰의 만남이라니. 오늘날 책보다 사람들이 더 즐겨 찾는 존재를 기꺼이 자기 안에 품고 책은 솔직 발랄한 목소리로 재밌는 동시들을 들려주었다. 


질투


주말 내내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이 하는 말


언제까지 폰만 볼래?

내 등 말고 얼굴 좀 봐!



그래서 더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익숙하고 친근한 사물을 주제로 한 동시라서 그런지 훨씬 쉽게 마음이 열리고 호기심이 생겼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우리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는 동시들이 가득한것 아닌가?


폰기도문


폰이시여,

내 손안의 작은 왕국에서

비밀번호와 패턴이 새로워질수록

아무도 풀 수 없도록 하여 주소서

카메라 줌이 급식실과 운동장을 잡아당기듯

옆 반 그 아이 눈빛을 끌어당겨 주시고

오늘 쓸 데이터가 모자라지 않게 하소서

내 폰 떨어뜨린 짝꿍을 용서하기 싫으나

이번 기회에 새로운 폰이 생긴다면야

엄마 구박을 견딜 만한 힘을 주시고

아빠 카드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

다만 약정 끝날 날을 기다리느라

휴대폰 가게 알림판만 보이나이다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고 늘 사용하는 핸드폰에서부터 출발해 폰드로메다별까지 펼쳐지는 무한한 재미와 상상력의 세계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유쾌했다. 진심 백프로! 오색찬란한 TV, 유튜브, 게임 보다 하얀 종이 위에 까만 글자가 전부인 책이 훨씬 재밌을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다문화 사랑


L은 니은이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O는 이응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대

V는 시옷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넸지

E는 티읕이랑 닮은 점을 네 개나 찾았대


만나면 좋은 친구! 어쩐지 오늘 말이야

X랑 곱셈 기호랑 무대에 올랐더라, 딴 딴 따단!


재미에 더해 마음에 깊은 여운까지 남기는 동시들로 가득했던 동시집. 마치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좋아하는 핸드폰처럼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동시집이었다. 특히 재기발랄 통통 튀는 목소리가 참 좋았던 문봄 시인의 첫 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온 텔레파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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