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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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린 학생들이 더 무섭다.

한창 뉴스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N번방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학교 폭력의 수위도

모두 10대 청소년들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다.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되고

교육의 부재로 인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찰나 애정하고 또 애정하는

몽실북스의 신간 파멸일기를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실제 고등학교 선생님이셨기에 이 책의

리얼리티가 좀 더 상당할 거라 기대가 됐다.

그렇게 읽게 되었고 워낙 속독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 정도만에

완파하기도 했다. 치명적이었고 소름이 돋았고

멍했으며 분노가 일었다.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다.

아무도 모른다 보다는 인간 수업이 조금 더

이 책의 결과 비슷하다.

* * *

한 아이의 자살 소동으로 시작하는 책.

마포 대교에서 다가오는 유람선을 보며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떨어지지만

다행스럽게도 살아남고 만다.

학교에서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無의 상태와 비슷한 이승민. 그런 승민의

담임 선생님인 홍서린은 승민의 아버지에게서

자살 미수 소식을 듣게 되고 힘든 일이 있는 게 아닐까

학교에서는 별 일이 없는데 가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린의 머릿속에서는 이 일이 지워지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학교 학생인 공승민이

공원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죽은

아이의 주변에서 발견된 벽돌.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짓을 벌이게 되었을까.

* * *

책을 읽다가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이 될 때는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미디어로 접하고 싶단 이야기기도 했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몰입력까지. 저자가 학교 선생님이다 보니

예전의 내 학교 생활이 떠오르기도 할 만큼

리얼리티가 역시 뛰어나긴 했다.

하지만 학교 폭력과 더불어 스토킹 등의

예민하고도 민감할 수 있는 문제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영화로 만들 땐 가감없이

드러내기 보다는 연출을 통해 시청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어떤 상황인지만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 폭력이나 학교 폭력이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미디어에선 이런 장면을

거침없이 내보내곤 하지만 이는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은 해당 콘텐츠가 불건전한 소재를 담고 있어서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하라는 뜻으로 매체 서두에 띄우는 일종의 경고문을 말한다.

네이버 국어 사전

트리거 워닝이라는 경고문은 이런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런 경고 없이

그대로 영화나 드라마를 마주하게 되면

내가 비슷한 상황을 겪은 기억이 있는 채

그대로 폭력 장면에 노출이 되거나

범죄 사실을 마주하게 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쾌함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떠한 장면에서 분명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다 하더라도 연출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등의 섬세함은

요즘 시대에서 꼭 필요한 연출이라고 본다.

서두가 길었지만 그만큼 파멸일기 또한

다양한 메세지를 담고 있고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다.

요즘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인간 수업에서는 학교에서는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남학생이 포주로 일하고

있는 설정으로 많은 돈을 모으고 있었고

인기가 많은 여학생은 잘살고 지긋한

부모님 밑에서 컸지만 이런 관심과 애정이

싫고 짜증나고 벗어나고 싶은 상태에서

남학생이 하는 일을 알게 되며 자신도

끼워달라고 말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다.

너무 드라마 같다, 영화 같다고만 얘기할 게

아니라고 본다. 현실은 이보다 더 잔혹하고

냉혹할 뿐이다. 인간수업도 파멸일기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세계가 어떤지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알려주고 있는 얘기다.

그래서 파멸 일기를 읽고 나서 많은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소름이 끼치면서 짜증이 났고

불쾌했고 열이 받았고 조금 더 통쾌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별별 생각을 다했다.

추리보다는 스릴러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많은 감정이

떠오른 책은 되게 오랜만인 것 같은데 하며

마무리를 짓기도 했다.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지만 책을 읽은지

반나절이 지났음에도 쉽사리 감정이 갈무리

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이건 역시

모든 사람들이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말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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