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어제는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시작한 비가

창문을 거세게 때렸다. 필로티층에 주차한 차가

온통 비에 젖을 만큼 강한 비였다.

그 여파는 오늘까지도 이어져 하루종일

우중충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곳에는 안개가

지독하게 끼여 있었고 하늘에선 햇볕이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 날이었다.

이런 날과 딱 어울리는 단편집을 만났다.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였다.


좀비 영화를 보고 나면 몰입을 과도하게

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아침이 되면

좀비가 창궐해 있을 것 같고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공포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렇게 싫어하고 무서워 하는 소재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좋아해 관련된 게임이나

영화에 대한 리뷰를 꼭 찾아보는 극성까지

내보였던 나는 좀비가 등장하는 이 단편집이

어떤 내용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단편집은

4편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높은 완성도와

탄탄한 이야기와 더 보고 싶은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머릿속까지 짜릿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릴러 같은 초대와 아련하면서도 이 날씨에

딱 어울리는 몽글한 소재였던 습지의 사랑,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칵테일, 러브, 좀비

그리고 극찬을 받았던 만큼 상당한 묘미를

보여줬던 마지막 이야기까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들이 생활하면서 드는 느낌들 그런

감정들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읽고 나면 오싹했다. 결말을 보고 나면 아쉬웠다.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이어나가는 얘기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지는데

더 보고 싶고 들여다 보고 싶은 욕구가

단번에 거절당하는 느낌이었다.

단편을 필두로 조예은 작가님의 많은

작품들을 만나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단편을 읽으면 왠지 장치 하나하나를

분석해야 할 것 같고 이 인물이 하는 행동이

또는 소설에 나와 있는 것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러나 문학적인 지식도 없고 그냥

열렬히 읽는 독자인 나는 이걸 이렇게

읽는 게 맞는 걸까? 하는 묘한 아쉬움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런데 칵테일, 러브, 좀비는 그냥

그렇게 읽으셔도 좋아요 하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거창하게 분석하고

이게 뭘까 골몰하지 않아도 그냥

내가 받아들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흘러가게 둬도 좋다고 말해주는 기분이었다.

조예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또한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녀만의 장르를 개척했다는 이야기를

받고 있기도 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더 많이 보여주실지 꾸준히 찾아 보고 싶은

그런 작가님이기도 했다.

가볍게 읽고 싶지만 녹녹하게 젖어들고픈

그런 기분이 들 때 읽기 딱 좋은 단편.

칵테일, 러브, 좀비였다.


주연은 멍하니 조금씩 움직이는 기생충들을 바라봤다. 머리카락처럼 얇은 기생충의 표면에 저리 다양한 세포들이 꿈틀대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저렇게 작은 애들도 진화라는 걸 하는데, 살아 보려고 변화하는데. 우리는 왜 지금껏 그대로였을까.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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