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고통받는 딸을 위한 정서적 독립 프로젝트
썸머(이현주) 지음 / 책과이음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꾹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처음으로 간

병원에서 역기능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나는 내가 받는 월급의 약 80% 정도를 모두

집에다 가져다 바치고 있었는데 여타의 이유가

합해져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심각하게

불안하고 또 힘든 생활을 하던 찰나였다.

병원에서는 선생님이 지금 집안에 주는 돈의

반이라도 줄여보겠다 이야길 하기가 어렵겠느냐 물었고

나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는 당연히

집을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 해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까지 사로잡혀 있었으므로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인 건 분명했다.

그러니 집안에 보태는 돈을 줄일 수 있는 건데도

나는 그 쉬운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뀐 것을

역기능 가족이라고 하니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싶어 유튜브를 검색하던 도중

썸머의 사이다 힐링이라는 채널을 알게 되고

비로소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유튜브를 지나 카페를 열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기애성 인격장애, 즉 나르시시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던 썸머님은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셨다. 너무나 축하드리고 싶었다.

심리학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나르시시트라는 개념은 아직 잘 들어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런 엄마들 밑에서

자란 자녀들에게 무조건적인 용서나

화해를 권유하기도 할 정도로

그런 개념이 무엇인지조차 생소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자신에 대한 애정이

과도한 인격장애이다. 그렇다 해서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껴주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말을 하자면

자존감이 너무 없어서 자신을 아끼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자존감이 충만한 비교적 정상적인 자기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반성을 할 줄도 알고 자기 고찰을 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타인과의 교류도

원활하게 잘 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은 특히나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자기의 말이 맞고 타인이

여기에 복종하기를 바란다.

엄마라면 아이를 지키고 보호하면서 공감하고

지지해줘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자신의

전리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나르시시트인 엄마들은 애정을 지속적으로

주지 않는다.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그때에서야 애정을 주고 원하는대로

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할 경우에는 무자비하게 화를

내고 심지어는 학대를 가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게

5가지의 유형으로 자라나게 된다.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이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는 돌보는 자.

가족을 즐겁게 해주고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분위기 메이커인 마스코트,

부모의 욕심대로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히어로.

가족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 영향의

원인이 되고 가장 심한 상처를 입는 스케이프고트.

학대도 관심도 받지 않고 가족 내에서

희생양이 된 스케이프고트를 다른 가족들이

학대를 할 때에도 동조하지 않는 로스트 차일드.

외동이라면 저 5가지의 역할을 모두

해낼 수도 있고 한 사람이 두 가지의 역할

이상을 맡는 것도 가능하다.

나 역시도 돌보는 자이면서

히어로이기도 했고 때로는

마스코트였다가 때로는 스케이프고트가

되기도 했었다.

엄마는 아빠를 비롯한 가족의 구심점에 서서

자신의 뜻대로 학대하고 굴리고

조롱하고 모욕하고 원하는대로

흘러가게 만드려고 한다.

대게 이러한 엄마 밑에서 자란

공감 능력이 뛰어난 딸들은 엄마의 말을

모두 믿고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야 내지는 힘들었던 사람이야,

내가 잘 해줘야 해라는 과도한 책임감을

지니게 되면서 엄마가 원하는대로 자신이

해내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 엄마 밑에서 자라온

딸들이 어떠한 양상을 가지고 있으며

또 이 엄마는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자녀들을 학대하는지 상세하게 저술이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엄마도

이랬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면

썸머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서 영상들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하나 하나 살펴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엄마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딸들은

아니야 그럴리 없어 하는 부정

먼저 하게 된다고 한다.

나도 실제로 우리 엄마가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아 하면서 부정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은 사실은 전혀 사라지지 않으며

내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깨닫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엄마에게 많은 고통을

받아왔던 사람이었고 수 년간의 노력 끝에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엄마에게 너무나 과도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또 무작정

용서를 하지 말라고. 용서도 그리고 이해도

모두 분노하고 아픔을 깨닫고 충분히

슬퍼한 다음에야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엄마가 밉기도 했다가 좋기도 했다가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집안에 있어 모든 구심점이

엄마가 되어 돌아가고 그녀의 말에

모두가 복종을 하면서 눈치를 봐야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엄마에게 너무나 막대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으며 죄책감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쉬지 않고 돈을 벌었지만 모두 엄마가 가져가버려 수중에 돈이 한 푼 남아 있지 않거나, 괜찮은 남자와 결혼할 희망에 차 있었지만 엄마가 기어코 훼방을 놓아 혼기를 놓쳐버린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망가진 커리어, 고립된 인간관계, 나빠진 건강,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트라우마 등으로 황폐해진 자신만 망연하게 쳐다보는 딸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공허함이나 자살 충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학대를 인지하고 회복의 여정을 떠나는 당신이 마침내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거라는 사실 말이다. 여러분은 더 이상 피해자나 희생자가 아니다. 위대한 생존자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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