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읽기 전부터 기대했다.

읽고 나서는 감탄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두 개를

싹 해치우기도 했다.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편견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우리 나라의 추리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재미가 없다는 것이고

하나는 카카오페이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재가 되는 것들은 뭐랄까 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범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책을 읽기

좋아했지만 유독 재미 위주의

소설만 읽는다고 하면 집에서

쓴소리를 마구 퍼부어댔기 때문일까.

내가 아직도 좋아하는 소설인

궁에는 개꽃이 핀다를 도서관에서

빌려와 재미나게 읽고 있을 때

공부는 안 하고 그런 책만 읽는다는

핀잔을 들었던 게 무척이나 속이

상했으면서도 결국 그런 시선으로

다른 소설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문학적 가치란 무엇일까.

결국 소설은 어떠한 형태이든지 간에

사람이 사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고

그게 어디에서 어떻게 연재가 되건 간에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품고 있는 건데

왜 나는 자꾸만 그런 시각을 버리는지

알지 못할 일이다.

반전이 없다는 안면인식장애 형사가

책에 깔려 압사 당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해나간다는 내용으로 추리소설

마니아들로부터 10점 만점에

10점이 쏟아지는 극찬을 받았다 한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 체감했다.

이건 그럴만하다.

최근 전건우 작가님의

살롱 드 홈즈를 통해서 우리 나라의

추리 소설도 상당히 재미있구나

깨닫게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재밌는

작가님들이 무척이나 많다고 생각은 했건만

그 다음으로 조영주 작가님을 만나게 되어

그저 다행이고 영광이라는 생각만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반전이 없다는 정말

대단하다는 찬사말곤 뭐라 형용할 길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드럽게 까탈스러운 나는 책을

읽을 때 이름이 너무 이상하고

뭔가 정감이 가지 않으면 이게 뭐야,

하고 혀를 내두르곤 하는데

등장인물 각기의 개성도 대단하고

이름도 예쁘고 무엇보다 플롯이

탄탄한데다 클라이막스의 시원함까지

단박에 해결이 되니 그저 감탄과

감탄과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친전은 가족들의 얼굴도 심지어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한다.

나도 스트레스를 한창 많이 받았을 때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준에 도달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가기도 했다.

나는 단순히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고

기억하는 게 힘이 들었지만 어느 정도

몇 번 마주하다 보면 기억하고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안면인식장애는 그렇지 않다.

알고 보니 작가님이 이러한 질환을

앓고 계셨는데 자신의 경험이 뒷받침되었기에

더욱 생동감 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고 조송희님께 라는 글자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자신의 글을 좋아해주셨던

독자님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도 왜 이런 멋있는 글들을

써내려갈 수 있었는지 작가님에 대한

일면을 엿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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