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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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vs 킬러의 구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소설은 그래스 호퍼의 후속이라 한다.

물론 그래스 호퍼를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읽을 수는 있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살펴 봤더니

마리아비틀에 나오는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더라.

이 사람 뭐 하는 사람이지,

얘 수상한데 하는 의뭉을 품게 했던

매력적인 인물이 그래스 호퍼의

주인공이었다 하니 더욱 궁금해졌다.

                            

어린 아들에게 빈사 상태의 큰 부상을 입힌

원수에게 복수하려고 '하야테'에 오른,

알코올 중독에 걸린 전직 살인청부업자

'기무라'

조직폭력배 거물에게 밀명을 받은,

묘하게 문학통인

'밀감'

꼬마기관차 토머스를 너무나 좋아하는

'레몬'

여하튼 운이 지독히도 없는, 언뜻 보기에는

나약한 청년 살인 청부업자

'나나오'

기무라의 원수이자 우등생 같은 외모 뒤에

악마의 마음을 숨기고 있는 중학생

'왕자'

이렇게 대략적인 인물들을

소개할 수 있다.

저들이 얽히고 설키는 것에 더해

다른 인물들의 구도가 더해지면서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책을 놓지 못하는

쫀쫀한 스릴러를 선사하고 있다.

 

 

열차라는 밀폐된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그 예를 들어 《부산행》을 꼽을 수 있겠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좁은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으니 그걸 지켜보는 독자(관객)는

애가 타고 호기심이 들끓고

심장이 뛰고 난리가 난다.

부산행에서는 주인공이 좀비 무리에

맞서 싸우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는데

마리아비틀에서는 킬러와 킬러들이 서로

싸우며 이해관계를 다투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서사가 드러난다.

또 단조롭게 제 3자가 이러한 상황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기무라, 밀감과 레몬,

나나오, 왕자의 시점으로 돌아가며

얘기를 서술하기 때문에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심리를 더욱 내밀하게

살펴볼 수가 있다.

특히 천진난만한 가면을 쓰고

극악무도한 짓을 벌이는 왕자가 무슨 생각을

벌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음은 물론

학습된 무력화나 왕자가 벌이는 교묘한

심리전 같은 경우 굉장히 디테일하게 잘 묘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인간에게는 자기 정당화가 필요하다.

자기는 옳고, 강하고, 가치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자기의 언동이 그런 자기인식과 괴리되었을 때,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변명을 찾아낸다.

p.135

 

 

음. 왕자 녀석 대단하다.

그렇지만 왕자의 생각이나 이런 것들을

엿보고 있다 보면 이 가소로운 녀석이

생각하는대로 세상이 움직이다니!

천벌받을 놈! 하는 생각에 휩싸이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진짜 열받았다.

2019년 만났던 희대의 쌍놈 캐릭터

어워즈를 선사하고 싶을 정도다.

서브머린에서도 실감을 했던

포인트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상당히 인물을

매력적으로 설정하는 것 같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잘 살림은 물론

독특하면서도 매력있는 인물이 많아

그들이 어떤 각도를 이루며 소설 내에서

살아가는지 살펴보는 건 큰 재미가 된다.

단순히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를 내밀하게

묘사할 줄 알고 더 나아가 '악'을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지 알고 있는 작가이다.

그래서 더 존경스러운 것 같다.

쉬워보여도 절대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정말 타고난

작가구나 하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저렇게 똑똑하지?)

한국 느와르 물을 접할 때면 어딘지 모르게

아쉽고 뭔가 좀 찜찜한 기분이 남는 그런 부분을

딱 해소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뭔가 스토리도 빤하고 인물도 빤하고

다 거기서 거기란 느낌을 쉽게 벗기가 힘들었으니...

음. 역시 믿고 보는 이사카 고타로.

음. 역시.

오늘 이거 읽느라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했지만 절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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