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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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재미 없을 것 같고 어딘가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어떻게 보면 편견이다.

중학교 때만 해도 한국 작가가 쓴 공포 소설을

굉장히 즐겨 읽었다. 거기서 나오는 이름이

내 본명과도 같아 몰입을 하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까?

살롱 드 홈즈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내 편견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를 낳은 엄마는 oo엄마라고

불리거나 아줌마라는 통칭에 갇히게 된다.

그들도 그들의 이름이 있는데 딸이나 아들의

이름으로 혹은 아줌마, 누구의 엄마라는 수식어에

갇혀 살고 만다. 자신이 꿈꿔왔던 일은 접어두고

살림에만 치중해야 한다.

그런 주부들이 모여 탐정단이 되었다.

아파트 단지내에 나타난 '쥐방울'.

크기도 작은 게 자꾸 바지를 벗겨내며

말도 못할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며 주변을

시끄럽게 한다. 하도 신출귀몰해 경찰에선

현상금까지 걸었단다.

이에 공미리는 자기가 이 쥐방울을 잡겠다는

의지에 사로잡혔다. 현지 엄마로 불리기 보단

누구 남편의 아내로 불리기 보단 공미리라는

그 이름 그대로 불리길 택한 것이다.

 

 

영화 도어락을 보고 여자들은 큰 공포를 느껴

집에 가는 것조차 무서워했지만 남자들은 저게 왜?

왜 무서운 거야? 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단순히 이해와 공감의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는 밤길을 걸어가는 것조차

위험이라는 것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이렇게 얘기하면 왜 사람을 잠정적 범죄자로

취급을 하냐 내지는 혼자 상상하는 것도 웃긴다

반문하는 남자들도 적잖이 있다^^:)

그래서 이 문단이 더 깊이 다가오기도 했다.

없잖아요. 전무후무. 여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룬 영화가 없어요.

최근 한국 영화를 보면 작품마다 여배우가 한 명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것도 젊은 여배우들만. 중년이 넘은 여성의 삶의 궤적을 다룬 작품은 한국에서 없다시피 하죠. 여배우들이 어떻게 작품을 해야 하는지 참…

배종옥, 씨네 21

개인적으로 꼭 드라마나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여배우들은 특히 나이가 들면 더욱

아줌마나 누구의 엄마 역할로 잠깐 소비되고 말뿐,

비중 있는 역할을 차지하지도 않고

이렇다 할 스토리도 없다.

그래서 계속해서 꾸준히 배우들도 자신들이

할 수 있다면 매력있는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다고

소리내서 말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뒤에 가려진 여자들, 주부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는 살롱 드 홈즈의 영화나

드라마화는 의미가 클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사건과 만나

아등바등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님.

그래서일까, 책에서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은

그저 평범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랬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여성, 주부들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대화도 많이 나눠보고 하며 다각적으로

노력을 하신 덕분이지 실감나게 쓰여 있었다.

그래서 더 즐겁게 읽었고 여운이 깊은 것 같다.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규정되기 전, 그들 역시

큰 꿈을 가지고 생명력 가득한 표정으로 그것을 향해

전진하던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런 세밀한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소설을 이뤘으니 감회가 클 수밖에 없었다.

시리즈물로 꾸준히 나오면 좋겠다.

살롱 드 홈즈의 멋진 활약을 접하고 싶으니 말이다.



이렇게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쥐방울 같은 변태를 만난다면 엄청난 공포를 느끼리라. 남자들은 그것이 어느 정도의 두려움인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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