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서사이자 현대 여성의 표본인
'어머니'에 관한 회고록.
만화로 되어 있어 읽기 쉬운 줄 알았지만
읽는 내내 정신이 저 멀리 떠나려는 거
간신히 붙잡아야 했다.
저자인 앨리슨 벡델은
백델 테스트로 유명하다.
① 영화에서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인가?
② 이 여성들끼리 한 번이라도 대화를 하는가?
③ 그 대화 속에 남자 주인공에 관한 것이 아닌
다른 주제의 내용이 있는가?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자는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남성이 주가
되는 영화계에서도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자가 나오는 역할이 얼마나 되는가?
왜 남자들의 이야기만 다루는가?
이에 따라 벡델 테스트는
여성이 나오는 영화, 혹은 여성을 이야기 하는
영화의 척도가 되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한 문항 같지만
의외로 이걸 통과하는 영화들이 몇 없다.
불과 몇 년전에 나왔던 한국 영화만 해도 찾아보면
여성 캐릭터는 한 명에 불과하거나 아예
나오질 않는다거나 나온다 치더라도 남성들의
거룩한 행보를 뒷받침하는 도구로만 쓰였을 뿐.
백델 테스트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테스트를 만들어낸 저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감회가 좀 새롭기도 했다.
앨리스 벡델의 아버지는 양성애자였고
자살을 했다. 그런 가정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동성애자로 여성 인권의 향상을 위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상담과 함께 자신의 자아나
심리를 분석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책에
나와 있는데 조금 전문적이기도 해서 솔직히
집중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나중에 다시 정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
여하간 그녀의 어머니는 시 쓰기를 좋아했었고
글을 자주 읽는 편이며 앨리스와 자주 통화를 하지만
그녀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법도 없고
또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 놓지 딸은 어떻게 사는지
전혀 묻지를 않는 엄마였다.
이걸 보고 역기능 가족인가 생각을 했었다.
역기능 가족이란 엄마와 딸의 역할이 뒤바뀐 것을
뜻한다. 딸이 잘 자랄 수 있게 뒷받침하고
무한한 지지를 보내줘야 하는 역할의 엄마가
그러질 못하고 되려 딸에게 기대고 자신을
보다듬어주기를 바라는 엄마가 있다.
앨리스의 엄마가 그런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했던
남편과 그의 부재가 끼친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자아나 심리와 함께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꽤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어서
만화니까 쉽게 읽히겠지~ 했다 큰코 다쳤다.
오나 도니스의 엄마됨을 후회함이라는
책인데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자리에 놓이게
된 것을 마냥 축복하고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라고 한다.
엄마가 된 것이 실수였어.
그저 아이를 낳고 키우면 전부인 줄 알았지만
임신을 하는 과정도 녹록치 않고 아이를
키우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금 나와라 뚝딱 한다고 해서 부쩍 20살을
넘기고 크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신의 커리어가
끊김은 물론 주위에서는 아줌마 소리를 들으며
집안일만 해야 한다. 그게 엄마다.
이러한 과정을 무조건 숭고히 여겨야 하고
미덕이라 여겨야 할까? 가 책의 관건인 듯 싶었다.
세상의 모든 행위에는 후회가 따른다.
이걸 선택하든 저걸 선택하든 후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것을 후회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못난 엄마가 될 것 같아서인데
이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을 하고 있는 책이라 하니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당신 엄마 맞아? 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평을 한 줄로
정리를 해보자면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한다는
찬사를 받았고 유익한 것은 알겠지만
너무 어려워...! 로 정리할 수 있겠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모습이나
진짜 자아 가짜 자아라는 생소한 단어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은
너무나 좋았다.
엄마됨을 후회함이라는 책도 조만간
꼭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