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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 사람을 쳤으면 자기도 똑같이 당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눈에는 눈이라잖아요. '
소년 범죄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잔혹하기 짝이 없어
그저 소년원에만 보내면 끝이라는 현 소년법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가혹하다는 말을
듣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쩌다 어른에서 이수정 교수님이 나와
현 소년법에 대해 얘기를 해주셨다.
소년들이 어떤 환경에서 범죄자가 되는지,
그리고 무조건 엄중하게 처벌을 한다고 해서
갱생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는 아무리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죄를 지었으면 응당 그에 맞는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리다고 봐주면 그걸
악용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저게 애들이 할 짓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는 비행 청소년도 많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처벌을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런 영상을 접한 다음 날
마치 운명처럼 서브머린을 읽게 되었다.
서브머린은 칠드런에서도 케미를
보여줬던 진나이와 무토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카 고타로의 팬들이
매우 고대한 책이라고도 한다.
그의 작품은 처음 접해보는데도 진나이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계속 피실피실 웃고
영화로 나와도 좋겠는데 싶기도 했다.
진나이와 무토는 가정 법원 조사관이다.
소년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떠한 짓을 저질렀는지 보다 자세히
조사를 하는 직업이 바로 가정 법원 조사관이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직업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존재는 하고 있었다. 오
무토와 진나이가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
사람을 죽게 만든 다나오카 유마라는 소년을
맡게 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이 된다.
범죄자를 향해 복수하는 건
과연 옳은 일인가?
늘 생각하는 논점이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출소를 하게 될 때
길에 가다 저 놈 마주치면 죽이겠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적잖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멋지다, 잘한다! 라고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향해 처벌을 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가혹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향해서
엄격하게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소년원에 넣을 것이 아니라 교도소에 넣고
엄중히 그 책임을 물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소설에서 사람을 치여 죽게 한 다나오카의 사건에
분개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 사람을 쳤으면 자기도 똑같이 당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눈에는 눈이라잖아요. '
무면허로 운전을 한 것도 기가 찬데
죄 없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으니
그의 죄를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벌을 받아야 하지.
이런 생각은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처벌보다는
갱생에 목적을 주로 하고 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하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사회로 나왔을 때 잘 살 수 있게
갱생을 시키는 것이다.
어쩌다 어른에 나왔던 이수정 교수님은
사회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엄중한 처벌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를
교도소에 보내버린다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선생님과 관계를 쌓고 공부를 하고
세상을 배울 시기에 범죄자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세상을 알아가게 된다고 얘기하셨다.
이후 교도소를 나온 아이에게 펼쳐지는 세상은
그저 가혹할 뿐이다. 그렇다면 교도소에서
보고 배운 것이 전부인 아이가 세상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막연하게 엄중한 처벌만을 주장해서
될 것인가 하는 얘기다.
또 비행 청소년들이 발생을 하는 이유는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컸다.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가정 폭력에 노출이 되어 있다거나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거나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생각 없는 부모가 우리 애기
우쭈쭈 하듯이 키워서 일어나는 경우도 참 많겠지.
여하간 환경이 불우해서 자꾸 밖으로만
나돌아다니는 아이들에게 엄격한 잣대만을
세우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문제였다.
여기에 대해 적합한 얘기를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데 서브머린을 읽고 나니
그야말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다나오카도 와카바야시도 모두 이해가 간다.
사정을 모르는 어른은 다나오카는 천하의
죽일 못된 놈이고 그 어린 시절 사람을 죽이고
속죄하듯 사는 와카바야시도 못난 놈이다.
세상 참.
우리는 간혹 살다가 어려운 일 복잡한 일에
처해 있을 때 한 군데다 속 터놓고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왜 이렇게 된 건가?
왜 이렇게까지?
대체 왜?
"서비스를 이용하다 납득이 안 가는 점이나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생겼다고 쳐. 그래서 문의를 넣기로 했어. 하지만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 봐도 고객 센터 번호가 없는 거야."
"아, 뭔지 알겠어요. 가입 신청 번호는 있는데, 고장 수리 번호는 없거나……"
"그렇지?"
"그게 왜요?"
그게 문가 상관이 있는 건가?
"그거랑 비슷한 심정이야."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라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다.
진중한 얘기이지만 중간 중간 유쾌하게
들어오는 진나이의 매력이라거나
다른 인물과의 관계들이 흡입력이 대단했다.
'짧은 인생을 상상력에 내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라는 문장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했던
그가 그저 대단했다. 그리고 지금의
그는 아주 많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서비스를 이용하다 납득이 안 가는 점이나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생겼다고 쳐. 그래서 문의를 넣기로 했어. 하지만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 봐도 고객 센터 번호가 없는 거야."
"아, 뭔지 알겠어요. 가입 신청 번호는 있는데, 고장 수리 번호는 없거나……"
"그렇지?"
"그게 왜요?"
그게 문가 상관이 있는 건가?
"그거랑 비슷한 심정이야."
다나오카 유마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했던 걸까. 부모를 교통사고로 여의고, 친구도 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 무면허 운전이니 자업자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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