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쥐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낮에는 증권사로, 밤에는 밴드로
바쁘게 살던 남자.
그는 불현듯 자신이 하던 일
모두를 그만두고 다른 나라로
홀린 듯이 떠나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그렇게 그는 자신의 나라
노르웨이를 떠나 낯설고 더운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해 소설을
집필해냈다. 한때는 열여덟 시간을
내리 집필에만 매달리기도 했고
어느 날은 열두 시간도 채 채우지 못했다.
이후 노르웨이로 돌아온 그는
출판사로 원고를 보내고
이런 얘기를 듣는다.
" 대체 이 해리 홀레란 사람이 누구입니까? "
고등학교 2학년 때 요네스 뵈의
작품 스노우맨을 접했다.
상당한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있는 이야기에 홀린듯이
읽어내려갔고 이야, 이거 재밌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시리즈의 재미는
처음부터 몰아보는 것에 있지만
해리 홀레 시리즈는 처음부터 접하지
못하고 기억 뒤편으로 묻혀졌다.
아무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분명 내 기억에 있어서 스노우맨의
해리 홀레는 어딘지 모르게 연륜 있고
또 조금 나이가 있으며 왠지 모를
포스가 흘러 넘쳤던 것 같은데
박쥐의 해리 홀레는 일단 젊고,
천방지축이며 자신의 경찰 생활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사건을
두고 두고 생각하는
말 그대로 젊음과 패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살인 사건을 파헤치고
용의자가 누구인지만을 밝히는 것이
박쥐의 묘미는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반인륜적이
사건 도둑맞은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박해의 역사를 보여주거나
조직 내의 문화라던가 범죄를 파헤쳐 가는
모든 사람의 인물상이 어쩜 이렇게
탄탄하게 짜여져 있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해리 홀레의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할
시리즈의 서두 박쥐.
책을 좋아해도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 기회에 요 네스뵈의
시리즈를 완독할 수 있을듯 싶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다음 책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건을
파헤쳐 나가면서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알코올에 찌들어 사는 초췌한 중년의 해리(<스노우맨>)와 세상과 담을 쌓은 채 홍콩의 뒷골목에서 휘청거리던 해리(<레오파드>)를 보고 안타까워하던 내게 시드니 공항에 막 내린 해리 ‘홀리‘는 반가우면서도 조금 낯설었다. 흑백사진에서 저벅저벅 걸어나온 듯한 그는 젊고(<박쥐> 속의 해리는 팔팔한 30대 초반이므로!) 심지어 건강하다. 그 후 17년 간 역사와 인간의 추악한 이면과 싸우며 서서히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갈 운명의 해리 홀레. - P453
|